[100세 시대 생애설계] “폭염 속, 고령층은 기후위기대응의 ‘조력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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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생애설계] “폭염 속, 고령층은 기후위기대응의 ‘조력자’가 되자”

김윤신 한국생애설계협회 명예회장

입력 : 2026.07.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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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라는 완곡한 단어는 이미 옛말이 되었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최전선에 선 지금, 우리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한복판에 살고 있다. 이 거대한 위기 앞에서 유독 취약한 이들이 있다. 바로 고령층이다. 기후위기는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에게 폭염은 단순한 날씨의 변화가 아닌, 생사와 직결되는 생존의 위협이다. 실제로 매년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상당수가 65세 이상 고령층이라는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최근 체감온도가 38도를 넘나드는 극심한 폭염 등 이상기온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사망 위험은 평소보다 19% 증가하며, 65세 미만에서도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고 질병관리청은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을 향한 ’시선‘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고령층을 기후위기의 무력한 ‘피해자’나 복지의 ‘수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고령층은 기후위기 시대의 단순한 약자가 아니라, 위기 극복의 핵심적인 ’대응 주체‘이자 지혜로운 ’조력자‘가 될 수 있다.

고령층이 기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생활 속의 적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무더위 쉼터나 돌봄 서비스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후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대처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재난 문자 확인, 폭염·한파 시 행동 요령 숙지 등 ‘기후 리터러시(Climate Literacy, 기후 이해력)’ 교육이 고령층을 대상으로 보다 세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이 단순히 여가를 보내는 공간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지역사회 기후 거점’으로 재 탄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더 나아가, 고령층은 오랜 삶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절제와 공존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물건을 아껴 쓰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자연을 경외하던 그들의 생활 습관은 그 자체로 훌륭한 탄소중립 실천이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고령층의 절약 정신은 기후위기를 헤쳐 나갈 중요한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연대’에 있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건강하고 활동 역량이 있는 ‘젊은 노인(Young Old)’들이 취약한 ‘고령 노인(Old Old)’을 돌보는 ‘기후 대응형 노-노 케어’ 모델은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사회를 잘 아는 고령층이 직접 동네의 독거노인을 방문해 폭염기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냉방 장치 가동 여부를 확인하는 활동은 사각지대를 없애는 가장 따뜻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는 고령층에게 단순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위기를 함께 해결한다는 자부심과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후위기는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기성세대가 망친 지구의 짐을 왜 우리가 져야 하느냐”는 청년 세대의 원망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이 시점에서 고령층의 적극적인 기후 대응 행동은 세대 간의 화해와 연대를 이끄는 열쇠가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들과 함께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환경 보호 활동에 앞장서는 모습은 그 어떤 거창한 구호보다 강력한 교육이다. 미래 세대에게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겠다는 고령층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선행될 때, 비로소 세대를 초월한 기후 연대가 완성된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고령층을 쇠약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무한한 경험과 잠재력을 낭비하는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고령층이 기후위기 대응의 당당한 주역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교육적 뒷받침을 아끼지 말고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노년은 보호받는 삶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키는 파수꾼의 삶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어르신들의 연륜과 지혜가 기후위기라는 인류사적 난제를 풀어나가는 강력한 ‘브레이크’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위기에 찬 노년이 아닌, 지구를 구하는 ‘위대한 노년’의 등장을 말이다.

[김윤신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한국생애설계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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