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분의 3 확률' 불행을 겪은 과학자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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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과학자로 살아온 앨런 타운센드 몬태나대 임업 및 보존대학 학장은 10여 년 전 네 살배기 딸에 이어 생물학자인 아내가 뇌종양 진단을 받는 불행을 겪는다. 이해할 수 없는 불운을 마주한 그는 확률부터 계산한다. 어린이가 두개인두종 진단을 받고, 젊은 여성에게 교모세포종이 생기고, 그 둘이 모녀일 확률은 약 1000억 분의 3. "불가능한 확률을 현실로 마주하자 내 안의 무신론이 흔들렸다. 이제 정말 신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만 아주 고약한 존재였다."

'1000억 분의 3 확률' 불행을 겪은 과학자의 기록

<우주의 먼지로부터>는 과학자가 삶의 비극과 상실을 통과하며 써내려간 기록이다. 일종의 직업병일까. 그는 지독한 불운 앞에서도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예컨대 타운센드는 딸아이의 이상 증상을 목격하자 논문부터 뒤진다. 병명을 먼저 예측하고 비슷한 환자들의 예후를 확인한다. 이후 병원에 찾아가 보니 딸의 진단명은 그의 예상대로 두개인두종이었다. 타운센드는 "이럴 때는 내 안의 과학자가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가 지독한 불운을 겪으며 희망을 찾은 길도 과학에 있다. "나는 신앙이나 영성과 다르지 않게 과학도 희망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젊은 시절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조차 혐오하던 지독한 무신론자로, 과학에 대한 또다른 형태의 광신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과학도 인간의 일이라 불완전하고 모든 불행을 예측하거나 해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점차 받아들인다. 오류와 변칙을 인정하는 태도야말로 과학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연 속의 모든 존재는 소멸을 피할 수 없고 소멸 끝에 생명으로 순환한다. 저자는 수십억 년 동안 우주먼지를 주고받으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온 우주의 역사, 나비로 탄생하기 전 애벌레가 고치에서 녹아내려 마치 부활 같은 모습을 보이는 과정을 되새긴다.

대체불가능한 글쓰기 방식을 보여준다. 개인적이고 감상적인 고백과 과학적 사실, 과학계의 연구 성과를 오간다. 타운센드가 시한부 아내의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을 보며 "빛나는 미소가 총알 파편처럼 심장과 오장육부를 헤집었다"고 묘사하는 대목은 눈물을 자아내지만 곧바로 호기심에 대한 정신과학자의 연구를 인용해 눈물이 흐를 틈을 주지 않는다. 우주의 먼지로부터 죽은 아내의 흔적을 감각하는 구절은 저자가 과학자이기에 더욱 인상적인 미감과 정서를 선사한다. 생물학자로서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재난현장을 오갔던 다이애나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저자가 책에 인용하기도 했던 저명한 신경학자 로버트 M. 새폴스키는 이 책 추천사를 통해 "모순처럼 보이는 '과학과 사랑의 융합'을 보여준다"며 "이 아름답고 강력한 책은 과학이 설명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결코 설명하려 하지 않는 것까지도 이야기한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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