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 기일을 연기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법원의 재판 연기 보도를 공유하면서 "대통령 재임 중 재판을 중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 100% 활용법'이다. 이 대통령을 100% 부려 먹으려는 조치"라며 "민생경제 회복과 관세 협상 대응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증거도 없는 보복성 표적 수사와 억지 기소로 어차피 무죄 나올 게 뻔한 재판에 '프로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의 시간을 허비해서야 되겠냐"고 했다.
박 의원은 "재판을 안 받겠다는 것도 아니다. 헌법 84조 취지에 따라 재판을 임기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다. 희대의 대법원 대선 개입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의 오늘 조치도 같은 맥락"이라며 "오로지 막무가내 '발목잡기'만 하는 국힘당은 일만 하려는 이 대통령을 괜히 흔들지 말고, 계엄 해제 방해, 용산 인간 방패, 극우 집회 선동 등으로 내란을 옹호했던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출당·제명 등의 징계로 우선 제대로 반성이나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주민 의원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굳건하고, 법과 원칙이 바로 세워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제는 민생, 국민의 삶을 위해 정진할 시간"이라고 했다. 김지호 전 당 대표 정무조정부실장은 "헌법 정신을 지킨 사법부의 결정을 깊이 환영한다"며 "정치 보복성 수사와 무리한 재판 진행 시도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며,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방해하려는 불순한 시도로 비칠 수 있다. 이제는 사법의 시간에서 민생과 통합의 시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일제히 맹비난이 쏟아졌다. 권영세 의원은 "바람이 불기도 전인데 법원이 알아서 누워버린다.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이러니 앞일이 걱정"이라고 했다. 장동혁 의원은 "이날은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굴복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5년은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헌법 84조는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무관하게 임기 시작 전에 이미 피고인의 신분에서 진행 중이던 형사재판을 중지하라는 조항이 아니다. 사법부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변경하고 '추후지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기일 추후지정은 기일을 변경, 연기 또는 속행하면서 다음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이를 법원 실무상 '추정'이라고 표현하는데, 사실상 재판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법 형사7부는 이번 추정 결정이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고 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소추의 개념에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포함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져 왔는데, 재판부는 불소추특권에 진행 중인 형사재판도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