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탄소 저장' 추진…탄소포집 넘어 '탄소제거' 시대 연다

1 week ago 12

‘흙에 탄소 저장’ 추진…탄소포집 넘어 ‘탄소제거’ 시대 연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부터 ‘토양 기반 탄소흡수·제거 기술’ 개발사업에 착수한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의 탄소배출 감축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미 대기 중에 퍼져 있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흙·광물·습지 등에 흡수시키는 기술까지 국가 전략으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기후부는 21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기여를 위한 토양기반 환경기술 개발사업 착수보고회를 개최한다. 핵심은 ‘토양을 거대한 탄소 저장고로 활용’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최근 탄소중립 논의가 단순 배출 감축에서 ‘탄소 제거 경쟁’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토양의 탄소 저장량은 약 1700PgC로 대기(870PgC)와 식생(450PgC)보다 많다. 흙 자체가 이미 세계 최대 수준의 탄소 저장창고이며, 관리 방식에 따라 더 많은 탄소를 장기간 묶어둘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우선 △바이오차(Biochar) △강화된 암석풍화 △토양탄소 영향평가 모델 △유무기 복합체 기반 장기 저장기술 △AI 기반 탄소흡수 예측기술 등 5개 분야 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바이오차는 나무·농업폐기물 등을 산소 없이 고온 열분해해 숯 형태로 만든 뒤 토양에 살포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유기물을 태우거나 썩히면 탄소가 다시 대기로 배출되지만, 바이오차는 탄소 구조를 안정적으로 바꿔 수십~수백 년 동안 흙 속에 저장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 다른 핵심 기술인 ‘강화된 암석풍화’는 칼슘·마그네슘이 많은 암석을 잘게 갈아 토양에 뿌리는 방식이다. 암석이 공기 중 탄소와 반응해 탄산염 형태로 변하면서 탄소를 장기간 고정하게 된다.

자연 상태에서는 수천 년 이상 걸리는 풍화 과정을 인위적으로 빠르게 돌려 탄소를 제거하는 개념이다. IPCC도 바이오차, 토양탄소격리, 습지복원, 강화된 암석풍화 등을 10대 탄소제거 기술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조림이나 토양탄소격리, 습지복원은 기술 성숙도가 높은 편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강화된 암석풍화과 해양 알칼리도 증진 등은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이번 사업은 흔히 알려진 탄소포집저장(CCS)과는 성격이 다르다. CCS는 발전소나 제철소 등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굴뚝 단계에서 직접 포집해 지하 저장소에 묻는 기술이다. 반면 이번 사업은 이미 대기 중에 퍼져 있는 탄소를 토양·광물·생태계가 다시 흡수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CCS가 ‘배출 직후 포집’이라면, 이번 사업은 ‘공기 중 탄소 회수’라 할 수 있다.

기술 기반도 다르다. CCS는 대규모 포집설비나 이송배관, 지중저장소 등이 필요한 중공업형 인프라 사업 성격이 강하다. 반면 이번 기술 사업은 토양·생태계·광물 반응을 활용하는 자연기반 탄소제거(CDR) 기술에 가깝다. 다만 한계도 존재한다.

CCS처럼 대규모 배출원을 직접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흡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기후나 토양, 강수량 등에 따라 효과 편차가 크다는 점이 변수다. 실제 얼마나 많은 탄소가 장기간 저장됐는지 측정·검증(MRV)하는 체계도 아직 국제적으로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향후 이 탄소제거 기술들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체계와 연계해 실제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다. 향후 탄소배출권 시장이나 기업 감축실적 산정에도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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