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플랫폼 액트가 휴온스그룹의 휴온스랩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 계열사에 흡수합병하는 방식이 자회사 우회상장의 새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액트는 휴온스글로벌이 지분 64.1%를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 휴온스랩을 상장사 휴온스에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지주사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탄원서 연명 서명운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쟁점은 합병의 형식이다. 핵심 비상장 자회사가 단독 상장에 나설 경우 ‘쪼개기 상장’ 논란과 우회상장 심사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상장된 계열사에 흡수합병되는 방식을 택하면 최대주주 변경이 없다는 이유로 거래소의 우회상장 심사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액트가 제도의 허점으로 지목한 대목이다. 실질적으로는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 효과가 발생하는데도 정작 상장 심사와 투자자 보호 절차는 거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액트는 “이번 합병이 우회상장 심사 대상이라면 경영투명성, 투자자 보호, 코스닥시장 건전성 요건에 위배돼 통과되기 어렵다”며 거래소가 직권으로 우회상장에 준하는 질적 심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방식이 묵인될 경우 중복상장 규제를 피하려는 다른 지주사들도 비상장 계열사를 상장 계열사에 붙이는 우회 경로를 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주주 방어권의 공백도 논란이다. 휴온스랩이 휴온스로 넘어가면 핵심 자산을 잃는 쪽은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이다. 그러나 이번 합병은 휴온스글로벌 주주총회 의결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주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가치 이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주주가 표결권도 반대 수단도 갖지 못하는 구조다.
가격 산정을 둘러싼 이견도 크다. 외부평가기관이 산정한 휴온스랩의 기업가치는 1290억원이며 합병가액은 주당 1만4500원이다. 액트는 이를 미래 성장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헐값 평가로 보고 있다. 휴온스랩은 알테오젠의 ALT-B4와 비교되는 피하주사 제형 변경 플랫폼 ‘하이디퓨즈’를 보유하고 있다. 이 플랫폼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지주사 주주가 보유한 미래 가치가 낮은 평가액을 기준으로 다른 법인으로 이전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시장은 이미 가치 이전 가능성을 주가에 반영했다. 액트에 따르면 합병 풍문이 돌기 시작한 지난 5월 11일부터 공시일인 18일까지 6거래일 동안 휴온스글로벌 주가는 29% 하락했다. 반면 휴온스 주가는 같은 기간 16.5% 상승했다. 지주사에는 가치 유출 우려가, 사업회사에는 신성장 자산 편입 기대가 각각 반영된 흐름이다.
이번 사안은 2024년 두산그룹 사례와도 맞닿아 있다는 게 액트의 주장이다. 당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은 금융감독원의 잇따른 정정신고서 요구와 주주 반발 끝에 철회됐다. 비상장사의 가치가 기업공개를 통한 시장 가격이 아니라 내부 평가를 통해 이전된다는 점에서 휴온스랩 합병 역시 산정 기준의 공정성이 핵심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합병비율이나 주주 보호 방안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등을 통해 제동을 걸 여지도 남아 있다.
회사 측은 사업 경쟁력을 합병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휴온스는 이번 합병 목적을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 확대와 연구개발 역량 강화로 설명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통한 약가 우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합병에 앞서 법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거래의 정당성, 공정성, 절차적 적정성을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휴온스는 오는 7월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8월 18일 합병을 마무리하고 9월 4일 신주를 상장할 계획이다.
명분과 별개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지배구조 효과다. 휴온스랩이 지주사 밖 사업회사로 옮겨가면 휴온스글로벌의 휴온스 지분율은 40.8%에서 약 48%로 높아진다. 지주사의 가치 부담은 줄어드는 반면 핵심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강화되는 구조다. 윤성태 회장 일가가 휴온스글로벌 지분의 절반가량을 보유한 상황에서 미래 가치가 큰 자산을 지주사 연결 밖으로 이전하는 것은 승계 부담을 낮추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액트가 이번 합병을 밸류업 기조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역행하는 지주사 디스카운트 사례로 규정한 배경이다. 지주사 주주의 핵심 자산이 충분한 견제 장치 없이 사업회사로 이전되고, 그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신뢰와 투자자 보호 문제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이 사안을 막지 못하면 비상장 계열사를 상장 계열사에 합병시키는 우회상장 방식이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탄원서 제출과 전자서명을 통해 소액주주의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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