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이 해마다 증가하는 동안 방송 채널 시청 시간은 2020년 161분에서 2023년 121분으로 3년 새 25% 감소했다. 국내 방송 프로그램 제작도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OTT가 제작하는 한국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19년 3편에서 2023년 22편으로 7배 넘게 급증한 반면 국내 방송사 드라마 제작 편수는 109편에서 77편으로 줄어들었다. 전체 광고에서 방송광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3년 연속 하락해 17.6%로 쪼그라들었다.
▷해외 OTT에 날개를 달아준 건 방송과 통신을 구분하는 시대착오적인 비대칭 규제다. 시청자 입장에선 OTT든 방송이든 차이가 없지만 법적으로 OTT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사실상 ‘규제 프리존’에 놓여 있는 반면 방송사는 방송법에 따라 소유와 겸영부터 편성, 심의까지 깨알 같은 규제의 감시를 받는다. 광고 규제를 예로 들면 모유 수유를 장려한다는 명분으로 조제분유 광고까지 금지하는 등 관련 조항이 140가지가 넘는다. OTT는 표현의 제약 없이 참신한 시도를 하는 동안 방송사들은 콘텐츠에 투자할 역량을 규제 리스크 관리에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OTT는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 의무도 없다. 2023년 국내 방송 사업자들은 6092억 원의 발전기금을 냈지만 넷플릭스는 국내 매출 8233억 원을 기록하고도 발전기금 납부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 방송사에만 불리한 역차별일뿐더러 글로벌 OTT에 수익의 5∼20%를 기금으로 부과해 자국 콘텐츠 제작에 지원하는 해외 주요국들의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는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에게 요구하지 못하는 규제를 국내 사업자에게만 요구하는 건 부당한 시합을 하는 것” “시장 현실에 부합하도록 규제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를 허무는 인터넷TV(IPTV)가 등장할 때부터 비대칭 규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만들고도 방송 따로 통신 따로인 규제는 그대로 방치하면서 ‘넷플릭스 천하’로 가는 길을 열었다. 무역 수지 불균형 해소에 기여해온 국내 방송 산업이 고사되기 전에 OTT는 되고 방송은 안 되는 불합리한 규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