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칼럼] K뮤지컬,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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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칼럼] K뮤지컬,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한국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78회 토니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화제다. BTS와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팝, ‘오징어 게임’과 ‘폭싹 속았수다’ 같은 K드라마에 이어 K뮤지컬도 한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K뮤지컬이라는 단어는 2011년 ‘미녀는 괴로워’와 ‘궁’이 일본에 진출하며 언론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엑스칼리버’ ‘프랑켄슈타인’ ‘팬레터’ ‘투란도트’ 등 많은 작품의 라이선스가 수출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K뮤지컬 열풍이 불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뮤지컬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것은 코로나19 사태였다.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 극장이 모두 셧다운된 상태에서 한국 뮤지컬 극장은 공연을 이어 나갔다. 뮤지컬을 보지 않던 이들도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존 관객은 다(多)회차 관람으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쇼츠와 릴스가 뮤지컬 시장에 활력소가 됐다. 뮤지컬 제작사 랑이 쇼츠 마케팅으로 ‘난쟁이들’ 홍보에 성공하면서 모든 회차가 전석 매진됐다. 이를 계기로 다른 제작사들 역시 쇼츠 마케팅을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인기를 끈 것이 ‘시카고’의 ‘We Both Reached For The Gun’ 장면이다.

같은 해 한국 창작뮤지컬 ‘마리퀴리’가 웨스트엔드에서, ‘위대한 개츠비’가 브로드웨이에서 각각 공연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브로드웨이의 스타 배우 제러미 조던과 에바 노블자다를 캐스팅하며 화제를 모았고 개막부터 호평받았다. 이 작품은 제77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았다. ‘물랑루즈’ ‘킹키부츠’ ‘보디가드’에는 CJ ENM이 공동 투자했다. ‘앤줄리엣’에는 국내 뮤지컬 제작사 라이브러리컴퍼니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뮤지컬 배우 이해찬·황주민, 조명디자이너 김하나, 의상디자이너 김원라, 음악감독 김수진 등은 브로드웨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K뮤지컬의 새 역사를 쓸지 관심을 끄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극작가 박천휴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공동작업으로 만든 작품이다. 국내 무대에 처음 올린 작품이 브로드웨이에서 큰 규모의 제작자, 연출, 배우 등과 함께 오픈런 형태로 공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몇 가지 견고한 어법이 존재한다. 오프닝 장면과 클로징 장면의 확장된 수미상관 구조, 앙상블과 주·조연의 연결 관계, 합창곡 배치 등이다. 많은 작품이 인종, 젠더 문제 같은 사회적 담론과 미국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국가 혹은 개인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기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다른 정서를 품고 있다. 이 작품의 성공은 기존 어법을 따르지 않는 뮤지컬도 브로드웨이에서 통할 수 있다는 신호탄처럼 보인다.

국내 창작뮤지컬 중 어떤 작품이 해외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지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시라노’ ‘적벽’ ‘레드북’ ‘차미’ ‘난쟁이들’ 등이 떠오른다.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여신님이 보고계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등은 영미권에서 공연할 준비를 하고 있다. K뮤지컬은 영미권 뮤지컬과 다른 미감과 어법을 갖고 있다. 현지화 작업은 필수지만 한국 뮤지컬만의 고유 색채는 유지해야 한다. 한국 관광 필수 코스에 ‘뮤지컬 관람’이 들어가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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