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해를 입히고 싶다면 배달 음식을 시켜 먹듯 범죄를 주문하는 게 가능해진 세상이다. 보복 대행 업체들은 범행을 사주한 게 들통날 것을 걱정하는 의뢰인들에게 “100% 안전”을 강조한다. 범행 주문은 텔레그램으로 받고, 결제는 코인으로 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특공대’라고 불리는 범죄 실행조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를 쓰고, 수사에 대비한 대본까지 암기시킨다고 홍보하는 업체도 있다. 하지만 보안이 철저하다는 주장과 달리 업체들은 보복 피해자에게 의뢰인의 정보를 주면서 ‘역보복’을 부추겨 양쪽에서 수익을 낸다.
▷보복 대행 업체들은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면서 사적 복수를 고민하는 이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동시에 가해자 측이 피해자들의 입을 틀어막는 데도 자주 활용된다. 올 초 투자 리딩방에 참가했다가 수천만 원을 사기당한 피해자는 사기꾼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은행에 요청했다가 이를 풀라는 협박과 함께 인분 테러를 당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보복 대행업을 겸업하며 피해자가 경찰 신고를 취하하도록 압박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 ‘청부 범죄’ 비즈니스는 기존 수사망을 교묘히 피해 가고 있다. 보복 대상자의 주소지와 연락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조직원을 배달 플랫폼이나 통신사 협력업체에 위장 취업시킬 정도로 조직적이다. 의뢰인과 지시자, 모집책, 실행자가 완전히 분리된 채 텔레그램과 코인을 매개로 활동하기 때문에 경찰이 말단의 실행자를 붙잡아도 지시자나 의뢰인까지 추적하기 쉽지 않다.▷일본에선 어둠의 아르바이트라는 뜻의 ‘야미바이토’가 큰 사회 문제가 됐다. 보복 대행을 실행하는 고수익 알바가 대표적 사례다. 초창기엔 ‘헤어진 연인 뒤통수 한 대 치기’ 같은 소소한 보복이 많았지만 의뢰인과 지시자가 잡히지 않다 보니 범행이 점점 대담해져 요즘엔 강도 살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보복 대행을 방치하면 이처럼 강력 범죄를 부를 수 있다. 우리도 지금의 오물 테러가 어떤 흉악 범죄로 진화할지 모른다. 보복 범죄의 생태계가 뿌리내리지 못하게 조기에 막아야 한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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