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준일]국민의힘 민심 농도 높여 강성 갈라파고스 벗어나야

6 hours ago 3

김준일 정치부 기자

김준일 정치부 기자
평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당 운영 노선에 비판적인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에게 왜 목소리를 더 크게 내지 못하는지, 중진 의원들은 왜 뒷짐을 지고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솔직히 장 대표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원 투표 80%, 역선택 방지 조항이 적용된 일반여론조사 20%로 진행하는 전당대회 룰을 고려했을 땐 강경 지지층에 밀착한 장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할 가능성을 상정해 놔야 한다는 것이다. 출구 없이 덮어놓고 장 대표 비판에 나섰다가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의원들에겐 차라리 상황을 관망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당내 많은 의원들이 이런 인식을 공유한다. 강경 지지층 중심의 지도부와, 의원들이 이를 우려하면서도 생각을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분위기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을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지금의 전당대회 룰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뺄셈 정치 잔재다.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 민심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0선의 30대 이준석 후보(현 개혁신당 대표)가 당선됐다. 하지만 ‘이준석 체제’에서 대선을 이긴 윤 전 대통령과 친윤(친윤석열) 그룹은 곧장 이 대표와 ‘권력 난타전’을 벌인 뒤 이 대표를 당에서 축출했다.

이후 당을 완전히 장악한 친윤 그룹은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당심 70%, 민심 30%이던 전당대회 룰을 당심 100%로 바꿨다. 민심과 멀어지도록 규칙을 바꾸면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가 상당했지만 비윤(비윤석열)이 당권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선 목포였으니, 우려는 곧 묵살됐다.

민심 반영 0%가 가져온 결과는 2024년 4월 총선 참패였다. 이후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대표 선출에 민심을 대폭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여기에 반대하는 당 주류의 관성에 부딪혀 절충한 게 당심 80%, 민심 20%다.

하지만 지금 기준도 크게 부족하다는 게 많은 소장파 의원들의 평가다. 똑같이 민심 20%를 반영했던 2024년 전당대회, 2025년 전당대회 그리고 지금, 계속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계엄과 탄핵을 겪으면서 강성 당원들의 농도가 진해졌다. 이들이 당내 선거와 지도부를 흔드는 강도는 더욱 세졌다. 민심으로 ‘소금기’를 빼지 않으면 당 노선과 일반 유권자들의 인식 괴리가 더욱 심화할 거란 공포가 당 안팎을 뒤덮고 있다. 강성 당원들이 좌우하는 선거로 당선된 당 대표는 이들에게 진 빚을 갚을 수밖에 없다. 구조적인 변화가 없으면, 민심과 괴리된 국민의힘 모습은 누가 대표가 되든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당의 목표는 정권 창출이고, 의회에서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불과 4년 전 정권을 재창출했었다. 그때 정권 교체를 이끈 동력은 덧셈 정치와 민심에 대한 민감도였다. 계파 구분 없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온 힘을 모았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기억을 잊었을 리 없다. 국민의힘이 수권 정당으로 다시 가고자 한다면 민심에 가까워지도록 전당대회 ‘게임의 규칙’ 개정 논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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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정치부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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