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덕]“공포보다 탐욕이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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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4일부터 기관투자가 대상 설명회를 시작하는 이 기업은 IPO를 통해 750억 달러(약 114조 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세웠던 최고 조달 기록(294억 달러)의 2.5배 규모다. 머스크가 목표로 하는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는 최대 2조 달러. 스페이스X의 베일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글로벌 자본시장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초대형 IPO는 새로운 자본을 끌어들여 금융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본 블랙홀’이 되기도 한다. 대형 펀드나 기관들이 새 종목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으려면 다른 주식들을 팔아 현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전닉스’가 모든 자금을 빨아들이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오른 종목보다 내린 종목이 훨씬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기대감 못지않게 긴장감도 함께 고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스페이스X의 IPO 대표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직접 방어에 나섰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분명히 공포보다 탐욕이 더 많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급격히 오른 주가의 조정 가능성이나 인공지능(AI) 버블에 대한 걱정보다, 자본 투자로 추가 이익을 얻겠다는 욕구가 아직은 더 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계속 공급돼 스페이스X를 포함해 앞으로 이어질 대형 IPO들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금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공포’와 ‘탐욕’으로 구분된다. 2일 기준 코스피는 꼭 1년 전보다 226% 올랐다. 미국 나스닥(41%) 등 해외 증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이렇게 급격히 상승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조정에 대한 공포심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상장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16개는 이틀 만에 시총 5조 원을 넘어섰다. 주가가 오르면 두 배 수익을 내고, 내리면 두 배를 잃는 이 위험한 상품에 투자하려고 수십만 명이 의무교육을 신청하고 있다. 적어도 이 시각엔 탐욕이 공포에 완승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나 온라인 카페에 등장하는 자칭 주식 전문가들은 여전히 한목소리로 “더 올라간다”를 외치고 있다.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로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로서는 기회가 남았다는 달콤한 말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주가의 흐름은 누구도 예단할 수 없고, 투자의 책임은 오롯이 자신이 져야 한다.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려라.” 지금이 바로 워런 버핏의 조언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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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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