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카라카스 근처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규모 7.2와 7.5의 지진이 39초 간격으로 연이어 발생한 쌍둥이(doublet) 지진이어서 피해가 컸다. 대개 지진은 본진 발생 후 규모가 작은 여진이 뒤따르는데 쌍둥이 지진은 규모가 비슷한 지진이 짧은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때 규모 7.8과 7.5 지진이 9시간 시차를 두고 발생해 5만 명이 숨졌다. 2016년 경북 경주에서도 규모 5.1의 지진 48분 후 5.8의 지진이 뒤따른 적이 있다.
▷쌍둥이 지진은 단독으로 두 번 발생하는 지진보다 피해가 크다. 1차 지진으로 건물이 약해진 상태에서 복구할 새 없이 2차 충격이 가해지면 건물이 주저앉기 쉽다. 베네수엘라는 건물과 인프라가 노후화된 데다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아 연속 충격에 취약했다. 더구나 이번 쌍둥이 지진은 시차가 39초였다. 첫 번째 지진파가 완전히 지나가기도 전에 두 번째 지진이 덮쳐 대피할 시간조차 없었다. 건물 잔해에 수만 명의 사람들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구호단체가 나섰지만 3개의 병목이 구호와 복구를 더디게 하고 있다. 첫째, 행정 병목이다. 올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잡혀간 후 들어선 임시 대통령 체제는 피해 집계조차 못 하고 있다. 둘째, 이동 병목이다.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을 비롯해 현지 최대 물류 거점이 가장 큰 피해를 입어 중장비와 구조 인력이 접근하지 못해 맨손으로 잔해를 해치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지진 이전에도 물과 전력이 부족했던 의료 인프라가 부상자 치료를 어렵게 하는 세 번째 병목이다.▷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 손실이 최대 78억 달러(약 12조 원)로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7%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27년간 이어진 반미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과 서구의 제재로 인구 3170만 명의 77%가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사는 극빈층이다. 가난이 지진의 피해를 키우고, 지진 때문에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의 위기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지진의 규모가 아니라 국가의 총체적 내진 역량임을 절감하는 안타까운 쌍둥이 지진 사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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