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왼쪽 버튼이 내려앉았다가 다시 올라오는 순간, 짧은소리가 난다. ‘딸깍.’ 한때는 컴퓨터에 명령을 전달하는 마찰음에 불과했다. 지금은 다르다. 인공지능(AI) 챗봇에 문장 몇 줄을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면 광고 문구와 이미지가 나오고, 컴퓨터 코드가 생성된다. 이전에는 디자이너, 개발자가 며칠씩 붙들던 일이 이제 한 사람이 딸깍하면 끝난다.
이런 변화는 창업과 창작의 문턱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가 지난해 지원한 스타트업 네 곳 중 한 곳이 서비스와 제품을 대부분 AI로 만들었다. 올 1분기 애플 앱 장터에서 새로 나온 앱은 1년 전보다 84% 늘었다. 이 역시 AI 덕분이다.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제품을 내놓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누군가 공들여 만든 것을 베끼는 것도 쉬워졌다. AI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개선하고, 더 매끈하게 포장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최근 펭귄랜덤하우스가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아동 서적 <작은 용 코코넛>의 주인공이 화성에 가는 이야기를 써달라고 했는데, 챗 GPT가 기존 출판물의 내용뿐만 아니라 원작 캐릭터까지 비슷하게 등장하는 불법 복제물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논란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창작물의 경계와 소유권에 대한 감각이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최근 일부 정보기술(IT)업계에 퍼진 위험한 착각과 부딪친다.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오픈소스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누구나 가져다 써도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오픈소스의 핵심은 허락된 사용이다. 과거 오픈소스 운동은 기여자에 대한 존중과 출처 표기, 라이선스를 지키겠다는 약속 위에 성립됐다.
그렇다고 모방 자체를 모두 악으로 몰아갈 수는 없다. 인류의 혁신은 앞선 성취를 배우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어떤 아이디어를 한 사람의 영구적인 재산으로 묶어 두면 혁신은 멈추기 쉽다. 저작권이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표현된 방식만 보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모방의 속도와 규모다. 과거에도 경쟁자는 앞선 제품을 분석하고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다. 첫 창작자는 투자비를 회수하고 고객을 확보할 시간이 있었다. AI는 그 보호막을 걷어냈다. 첫 창작자가 수년간 실패 끝에 찾아낸 방법을 후발주자는 AI로 며칠 만에 거의 똑같이 재현할 수 있게 됐다.
법적 구제는 대개 사후적이다. 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자료를 수집해 소송을 제기하고 판결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AI를 이용한 복제와 유통은 실시간에 가깝다. 법원에서 권리를 인정받았을 때는 이미 고객과 시장이 사라진 뒤일 수 있다.
분쟁은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에서 AI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저작권 침해 사건이 2024년 30건에서 지난해 70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음악가, 소프트웨어 개발자까지 원고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지난달 CNN은 AI 검색업체 퍼플렉시티를 뉴욕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CNN은 퍼플렉시티가 자사 기사와 영상, 이미지 수천 건을 복사해 동일하거나 비슷한 경쟁 콘텐츠를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세계 각국은 적극 대응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AI 모델 제공자에게 학습 콘텐츠를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최근 한국 정부도 생성형 AI의 저작물 학습에 관한 공정 이용 안내서를 발간해 합법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딸깍에 책임을 묻는 규칙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AI 사업자는 학습 데이터 종류와 확보 경로, 권리 처리 방식을 설명해야 할 것이다. 창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AI에 허용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허용에는 보상도 따라야 한다. 개별 작가 등이 AI 기업과 각각 계약하는 방식으로는 관련 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렵다.
과거 불법 음원 공유 서비스 냅스터와 소리바다가 국내외 음악 시장을 흔든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합법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저작권료 정산 체계가 마련됐다. AI 서비스에서도 이런 길을 조성할 수 있다. 딸깍은 더 많은 사람을 창작자로 만드는 소리여야 한다. 누군가가 고생한 수십 년을 지우는 소리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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