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표준 5년 만에 개정
119 신고하면 AED 사용법 안내
질병관리청과 대한심폐소생협회가 공동 개발한 한국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국제소생술교류위원회(ILCOR)의 최신 권고안을 바탕으로 5년마다 개정되는 국가 표준 진료 지침이다. 전국 응급의학과와 중환자의학과 의료진은 물론 응급구조사 및 관련 교육기관이 심정지 환자를 처치할 때 기준으로 활용한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에는 16개 전문 학회 추천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국제적 근거 평가 체계인 GRADE 방법론을 적용해 권고안을 마련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생존 사슬’ 개념의 확장이다. 기존에는 심정지 인지, 신고, 심폐소생술, 제세동, 전문 소생술, 소생 후 치료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개정에서는 재활과 사회 복귀를 포함한 회복 단계가 새롭게 추가됐다. 단순히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넘어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개념이 확대된 것이다.
일반인 구조자를 위한 권고도 강화됐다. 119 상황실 상담원이 신고자에게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익수(물에 빠짐)로 인한 심정지의 경우 훈련받은 구조자라면 가슴 압박뿐 아니라 인공호흡을 함께 시행하도록 권고했다.전문 소생술 분야에서는 불응성 심실세동 환자에 대한 이중 순차 제세동 또는 벡터 변경 제세동이 새롭게 권고됐다. 불응성 심실세동은 여러 차례 제세동에도 정상 심장 리듬으로 회복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최신 근거가 반영됐다.
혈관 확보 방법도 구체화했다. 의료진은 우선 정맥로를 확보하도록 권고받으며 신속한 정맥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골내 주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심폐소생술 도중 환자 의식이 돌아올 경우의 진정·진통제 사용 원칙과 기계 환기 환자에 대한 인공호흡기 설정 권고안도 새롭게 포함됐다.
이번 개정은 국내 심정지 환자 치료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매년 3만 명 이상이 병원 밖 심정지를 경험한다. 심정지 환자는 발생 직후 몇 분 내 적절한 처치가 이뤄져야 생존 가능성이 커지며 주변 사람의 심폐소생술 시행 여부가 생존율을 크게 좌우한다. 가이드라인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서는 의료진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목격자의 신속한 신고와 심폐소생술,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가이드라인 개발 총괄운영위원회와 전문소생술위원회, 저술위원회에 참여한 김태윤 인하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정지 현장에서 의료진이 망설임 없이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우는 것이 이번 개정의 핵심”이라며 “개정된 가이드라인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해진 기자 haeh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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