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인데…“비싸고 피곤해서 어디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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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에도 여행 포기한 시민들
“물가·환율·인파 부담”…국내소비도 정체

서울의 낮기온이 24도까지 오르며 초여름 날씨를 보인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반팔을 입은 외국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2025.04.23. [서울=뉴시스]

서울의 낮기온이 24도까지 오르며 초여름 날씨를 보인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반팔을 입은 외국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2025.04.23. [서울=뉴시스]
#. 직장인 서모(31)씨는 5월 황금연휴를 맞아 해외 여행을 계획했다가 결국 포기했다. 평소 30만원대였던 후쿠오카 항공권이 70만원을 넘었고, 숙박비까지 합치니 1인당 100만원이 훌쩍 넘었다. 대신 근교 여행을 알아봤지만, 수도권 펜션 예약은 이미 마감됐거나 가격이 평소보다 두세 배 비쌌다. 서씨는 “연휴라 어느 정도는 감수하려 했지만, 이건 지나치다고 느껴져 그냥 집에서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여행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치솟은 물가와 인파 부담에 여행을 포기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항공권, 숙박비, 외식비 등 전반적인 비용 상승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과 반포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 상당수도 비슷한 이유로 도심에 머무는 것을 택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한강공원을 찾은 30대 여성 이모씨는 “연휴 끝나고 여행을 갈 예정이지만 이번에는 쉬기로 했다”며 “항공권 가격이 평소보다 두세 배 올라 고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임시휴무를 줘서 쉬게 됐고 집 근처에서 보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아이와 텐트를 치고 있던 50대 여성 윤모씨는 “연휴 계획은 따로 없다”며 “티켓 구하기도 어렵고, 어딜 가도 사람에 치이고 피곤하니 그냥 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인근 대단지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난 30대 여성 김은별씨는 “날씨도 흐리고, 가격도 비싸 실내 위주로 지낼 계획”이라며 “직장인이 아니니까 꼭 성수기에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반포 일대 상가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20대 여성은 “연휴 내내 일한다”며 “딱히 쉴 계획도 없고, 돈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실제 설문조사 결과도 시민들의 ‘집콕’ 경향을 보여준다. 롯데멤버스의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Lime)이 발표한 5월 황금연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1%가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답했다. 이어 근교 나들이(21.7%), 국내여행(13.4%), 친구·지인 만남(7.8%) 순이었으며, 해외여행은 4%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항공권과 숙박비 상승에 환율 부담까지 겹쳤다. 2020년 11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1400원대로 치솟은 상태다.

해외여행 수요는 급증했지만 국내 소비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내국인의 국내 관광지출액은 9조9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이는 2년 연속 감소세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는 등 내수 침체로 물가 전반도 오름세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8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올해 들어 1월(2.2%)부터 4월까지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 .

정부는 이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해외소비 쏠림 우려 등으로 최종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법정기념일인 5월1일 근로자의 날과 3~4일 주말, 5일 어린이날 겸 석가탄신일, 6일 어린이날 대체휴일까지 6일 연속 쉴 수 있었다.

지난 1월에도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설 연휴 최장 6일 황금연휴가 만들어졌지만 결과적으로 해외여행만 늘어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연휴가 길어지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제론 오히려 지갑을 닫는 분위기”라며 “해외든 국내든 여행 비용이 전반적으로 부담스러워지면서, 일상 안에서 쉬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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