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 시작 10분 만에 좌석 98% 판매… ‘先先先예매’까지 등장

20 hours ago 5

[위클리 리포트]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 ‘티켓 전쟁’
작년 첫 1000만 관중 열기 이어져… 입장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KT-삼성, 멤버십 등급별 차등 예매… 선예매 시간대 3개로 나눠 운영
팬들 “선예매 상업적으로 변질”
암표 거래-대리 티케팅도 횡행… “공인된 플랫폼서 재판매” 의견도

《1000만 관중 시대 프로야구 ‘티켓 전쟁’

지난해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한국프로야구가 올해도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티켓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선(先)예매를 넘어 선선선예매까지 등장한 ‘티켓 전쟁’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4월 28일 오전 11시. 정각에 맞춰 예매 버튼을 누르자 대기 중임을 알리는 창(사진)이 떴다. 대기 번호는 6362번. 8000여 명에서 시작한 대기 인원은 순식간에 1만5000여 명까지 늘어났다. 5분이 지나자 알림창 하단에 예매율이 90%를 돌파했음을 알리는 문구가 떴다. 다시 1분이 지나자 대기 번호가 0으로 줄었다. 화면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의 좌석 배치도가 펼쳐졌다.그러나 선택할 수 있는 좌석은 없었다. 인기가 많은 테이블석은 물론이고 내외야 관중석 대부분이 이미 동난 상태였다. 방문팀 응원석인 3루 내야석이 일부 남아 있다는 설명에 서둘러 좌석을 고르고 결제 버튼을 눌렀지만 ‘선택한 좌석이 남아 있지 않다’는 내용의 알림창만 되풀이해서 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매 사이트에 다시 접속했다. 불과 10분 사이에 예매율은 98%까지 치솟았다. 1년 중 가장 대목이라는 5월 5일 어린이날 서울 잠실구장 LG와 두산 경기 예매 도전기는 이렇게 허무하게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이날 예매가 시작된 지 7분 만에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엔 1만9000원짜리 관중석(레드석)을 3배인 5만7000원에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 시간 단위로 나뉘는 선선선(先先先)예매

한국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올해도 더욱 뜨거운 흥행 열기를 이어가면서 티켓 예매가 점점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가고 있다. 구단들이 시즌권, 멤버십 구매 고객에게 선예매 혜택을 제공하면서 팬들 사이에선 과열 경쟁을 유도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3월 22일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을 가득 채운 야구팬들. LG 제공

한국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올해도 더욱 뜨거운 흥행 열기를 이어가면서 티켓 예매가 점점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가고 있다. 구단들이 시즌권, 멤버십 구매 고객에게 선예매 혜택을 제공하면서 팬들 사이에선 과열 경쟁을 유도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3월 22일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을 가득 채운 야구팬들. LG 제공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한국프로야구는 올해 더욱 뜨거운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LG, 삼성, 한화 등 인기 구단들의 선전 속에 대전 신축 구장(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효과도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29일 현재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7122명으로 역대 최다인 지난해(1만5122명)보다 2000명이 늘었다. 전체 경기 대비 매진 경기 비율도 지난해 30.7%에서 올해 43.9%로 급증했다. 현재 페이스가 시즌 끝까지 이어지면 1200만 관중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올해 프로야구는 앞서 역대 최소 경기 100만 관중(60경기), 200만 관중(118경기) 기록을 차례로 돌파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치솟을수록 티켓을 구하려는 예매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 어렵다는 아이돌 콘서트 티케팅을 방불케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단들은 2010년대 들어 멤버십 회원 등을 대상으로 선예매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구단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열성 팬들에게 원하는 자리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 것.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2024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프로야구 관람객의 약 36.7%가 시즌권이나 멤버십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모두 선예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티켓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매 시스템에 먼저 접속할 수 있는 선예매 제도가 팬들 사이에서 더욱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구단도 시즌권, 멤버십을 다양화하며 선예매 제도를 시간 단위로 나눠 차등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구단들이 시즌권, 멤버십 구매 고객들을 위해 선(先)예매도 모자라 선선예매, 선선선예매 제도까지 도입하면서 티켓 예매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선선예매 제도를 운영 중인 대표적인 구단은 KT와 삼성이다. KT의 경우 빅또리 회원에게 일반 예매 하루 전 오후 3시부터 먼저 예매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앞서 매직 회원은 예매 하루 전 오후 2시, 시즌권 회원은 오후 1시부터 예매가 가능하다. 선예매에서도 1시간 단위로 등급이 세 번이나 나뉜 것. 티켓이 간절한 팬들의 입장에선 1시간은 하늘과 땅 차이다.

삼성은 블루 시즌권 회원에게 일반 예매 이틀 전 오후 2시, 프리미엄 블루 시즌권 회원에게는 오전 11시부터 선예매 권한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혜택 없이 선예매 혜택만 제공하는 80장의 선예매권도 별도로 판매한다. 이 상품을 구입하면 일반 예매 하루 전 오전 11시부터 표를 예매할 수 있다. KIA는 시즌권 구매 고객 외에도 20경기를 유료 관람한 고객에게 블랙 등급을 부여해 일반 예매보다 30분 먼저 예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품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삼성의 최고가 상품인 프리미엄 블루 시즌권의 가격은 좌석에 따라 연간 200만∼400만 원대다. 구매자는 선예매 권한은 물론이고 전용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고,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타격 연습도 관람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받는다. 삼성은 시즌권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시즌에 앞서 정책설명회도 했다. 80장의 선예매권은 12만 원에 판매됐다.

LG는 선예매 권한이 있는 연간 회원권 가입비를 지난해 2만 원에서 올해 10만 원으로 인상했다. 그럼에도 첫날부터 접속자가 몰려 한때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 팬들은 “과열 경쟁 유도” 불만

일부 팬들은 구단들이 과열 경쟁을 유도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몇몇 구단의 경우 선예매만으로 모든 티켓이 소진될 수 있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롯데 팬 류시명 씨(25)는 “선예매가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티켓을 구하기 점점 어려워지다 보니 주말 경기 같은 경우엔 재판매 사이트를 통해 50% 정도 웃돈을 주고 경기를 보러 온다”고 말했다. KIA 팬 김다솔 씨(28)는 “최근 젊은 팬들의 유입이 늘면서 작년과 비교해도 티켓 예매가 확실히 어려워졌다”며 “일반 예매로 티켓을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선예매가 가능한 주변 사람을 통해 티켓을 구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SSG의 경우 선예매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시즌에 앞서 멤버십 중 최고인 프런티어 등급에 대한 추가 선예매 계획을 철회했다.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암표 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주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정가의 3∼5배 수준에서 티켓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대리 티케팅 업체들도 성행하고 있다. 원하는 경기와 좌석을 정해 신청하면 수수료를 받고 대신 예매를 진행해 준다는 식이다. 구단들은 멤버십 양도 시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암표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막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선예매가 활성화돼 일반 예매가 어려워질수록 신규 팬 유입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단으로선 오랫동안 팀을 응원해 온 열성 팬들을 위한 혜택을 갑작스레 줄이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LG의 경우 10년 연속 연간 회원권에 가입한 장기 회원들을 대상으로 선선예매 권한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대부분의 멤버십, 시즌권 또한 기존 가입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일각에선 해외처럼 공인된 플랫폼을 통한 티켓 재판매를 활성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가 올 1월 펴낸 ‘티켓 재판매에 관한 해외 사례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가격상한제와 재판매 자격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뉴욕주의 경우 티켓 재판매를 위해 정부 등에 200달러(약 28만4000원)의 수수료를 내고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 한다. 벨기에, 프랑스 등에서는 행사 주최자의 허가가 있어야만 티켓 재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학회 측은 “티켓 정보와 이에 포함된 수수료 등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플랫폼을 포함하는 2차 판매자의 주의 의무를 강화해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팬들 사이에서는 추첨제, 마일리지제, 연령별 쿼터제 등의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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