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연세대 교수 인터뷰
숙련된 인력은 고임금 가능
임금 결정은 시장에 맡겨야
과거 홍콩과기대 교수로 재직했던 김현철 연세대 ‘인구와 인재연구원’ 원장(의대 교수)은 매주 주말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홍콩의 공원과 센트럴역의 풍경을 잊지 못한다. 홍콩에서 가사관리사 수요가 급증하자 필리핀 등에서 가사관리사가 대거 홍콩으로 넘어왔고, 이들이 일이 없는 주말에 홍콩 거리 곳곳을 가득 메운 것이다.
김 교수는 21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외국인 인력 정책은 노동력 확보에서 시작되지만, (이 외국인 노동자들은) 결국에는 이웃이 된다”며 “한국 역시 홍콩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연장선에서 김 교수는 서울시가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이 돌봄, 간병 등 분야에서 외국인 인력을 확보하려는 시도에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초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연장하기로 했다. 89명의 가사관리사가 148개 가정에 가사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148개 가정 중 90%가 넘는 135개 가정이 기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 중이다.
특히 김 교수는 외국인 돌봄인력 확보 정책의 초점을 영유아에서 노인 및 장애인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이 돌봄 수요는 저출산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노인과 장애인을 돌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영유아·노인·장애인을 시설에서만 돌보는 것에서 벗어나 이들이 원하면 가정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시가 시행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처럼 외국인 돌봄 도우미 서비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외국인 돌봄서비스 정착을 위한 가장 시급한 숙제로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꼽았다. 김 교수는 “외국인 인력 확보 정책은 장기적으로 사회 통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낮은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함으로써 외국인 돌봄 인력을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 역시 그의 홍콩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김 교수는 홍콩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고용해 생활했다. 홍콩은 한국과 달리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사도우미 서비스에 만족했던 김 교수는 홍콩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세로 책정된 금액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했다.
김 교수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한다고 해서 한국에 온 모든 가사도우미가 지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은 아니다”며 “숙련된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고용한 가정에서 계속해서 이용하고 싶기에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돈을 들일 것이고,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