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22일 건조한 날씨 속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랐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지난 21일 올 들어 처음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틀째에도 기세를 이어간 가운데 관련 사망자가 4명으로 늘어났다. 진화대원 및 주민 6명이 다치고 이재민도 263명 발생했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난 불도 강한 바람을 타고 퍼져 일몰 전 진화에 실패했다. 산림당국은 산불 확산세를 막기 위한 지상 진화작업을 밤에도 이어간다. 산림청은 이날 30건의 산불이 추가로 발생하자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산청 대형 산불 이틀째…진화대원 4명 사망·부상자 6명·이재민 263명
22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26분께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산림청은 21일 오후 4시20분께 '대응 1단계'(피해 추정 면적 10㏊ 이상) 경보를, 오후 6시10분께는 '대응 2단계'(피해 추정 면적 50㏊ 이상)를 발령했다. 대응 2단계 발령 30분 만인 오후 6시40분께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대응 단계를 3단계로 높였다. 대응 3단계는 피해 면적 100㏊ 이상, 평균 풍속 초속 7m 이상, 진화(예상) 시간 24시간 이상일 때 발령된다.
산림당국은 밤사이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지상 진화작업을 진행했고, 이날 일출과 동시에 헬기 35대를 순차적으로 투입해 불길을 잡는 데 주력했다. 지상과 공중에서 동시에 진화작업이 진행되면서 이날 오전 한때 진화율은 75%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다시 불길이 번졌다. 산청에 이날 오전 건조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대기 건조가 이어지고 산 정상 부근에서 초속 11∼15m 상당 강풍이 이어진 탓이다. 건조한 대기에 강풍까지 겹치며 불똥이 날아가 번지는 '비산화'도 나타났다.
진화율은 오후 7시 기준 30%까지 밀려 유지되고 있다. 현재 산불영향구역은 652㏊로 확대됐다. 전체 화선 중 남은 불의 길이는 21.7㎞로 파악됐다.
산불 진화 중 사상자도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께 시천면 일원 화재 현장에서는 창녕군 소속 산불 진화대원 9명이 고립돼 4명이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산림청으로부터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고, 진화대원 4명이 숨진 것을 발견했다. 2명은 각각 진화대원과 인솔 공무원으로 연락 두절 상태에 있다가 수색작업 끝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진화대원 5명은 화상을 입고 진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졌다. 5명 중 4명은 중상, 1명은 경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1일에는 대피하던 주민 1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 진료를 받은 바 있다. 이틀째 지속된 산불로 주택 7채가 불에 탔고, 이재민도 263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1일에는 시천면 점동·구동마을 등 7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날에는 같은 면 송하·내공마을 등 8개 마을 주민에게도 대피령이 떨어졌다.
산림당국은 일몰 이후 1000명 안팎의 인력과 장비 100여 대를 동원해 지상 진화작업에 주력한다. 일몰 이후에는 진화 헬기 운용이 어려워 밤사이 진화작업은 인력과 장비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진화 속도가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의성 산불, 강한 바람에 '속수무책'…야간대응 체제 전환
이날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난 불이 초속 5.6m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한 가운데 일몰 전 진화에 실패했다. 산림 당국은 날이 어두워지자 헬기를 철수시키고 지상 인력 중심으로 확산 방지에 나서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진화율은 3%(산림청 자체 분석), 산불영향구역은 축구장 420개 면적 규모인 300㏊로 추정된다. 오후 7시 기준 진화 중인 화선은 총 14.7㎞였는데, 오후 9시 18.1㎞로 늘어났다. 한때 30%를 기록했던 진화율은 오후 7시 4%, 오후 9시 3%로 떨어졌다.
산림 당국은 야간 진화 작업에 전문진화대 등 인력 1355명과 진화차 등 장비 124대를 투입했다. 오는 23일 해가 뜨는 대로 헬기 33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서기로 했다.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 영향으로 인근 고속도로 일부 구간 운행이 전면 차단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의성휴게소 인근 산불로 검은 연기가 확산하자 오후 5시부터 순차적으로 청주영덕선 서의성IC∼안동분기점 양방향, 중앙선 안동분기점(상주방향) 등 2곳의 차량 통행을 통제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30분 현재 차량 운행이 통제된 곳은 청주영덕선 서의성IC∼안동분기점 양방향, 중앙선 안동분기점(상주방향) 등 2곳이다.
중앙선 일부 구간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의성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45분께 중앙선 의성∼안동역 구간 하화터널 부근에서 산불이 발생하자 코레일은 안동∼경주역 간 열차 운행을 중지하고 버스 연계수송을 실시했다.
의성군은 이번 화재가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성묘객 실수로 인해 시작됐다고 밝혔다. 다만 의성휴게소 인근 산불이 괴산리 산불이 번지면서 시작된 것인지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서풍을 타고 안동 인근까지 확산하면서 안동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안동시는 옥산면 입암리까지 산불이 확산했다며 이날 오후 9시29분 길안면 일부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김해 산불, 민가 확산 방화선 구축…진화율 50%·72명 대피
경남 김해 야산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2분께 김해시 한림면 안곡리 야산에서 불이 났다. 산림당국은 화재 발생 2시간 반 만인 4시30분께 산불 1단계를 발령했다. 산불현장 인근 주민 47가구 72명은 산나전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오후 7시 기준 진화율은 50% 수준을 보인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23일 중 산청 등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명균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현재 도와 산림청을 중심으로 소방청, 경찰청, 군부대, 기상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로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불이 마을로 확산하지 않게 공중특수전문예방진화대 283명도 투입해 야간 지상 진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