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우리는 미친 왕들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

2 days ago 5

세계는 지금 자아도취에 빠진 지도자가 촉발한 대혼란 속에 빠져 있다. 올해 초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 감금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거침없이 이란 전쟁에 뛰어들었다. 오락가락하는 그의 행보는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란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극심해지고 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우리는 미친 왕들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

어수선한 분위기 가운데 독일에서는 <군주와 그의 후계자들>이라는 책이 인기다. 이 책이 누구에 관한 이야기인지는 우스꽝스러운 책의 표지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냉소적 이성 비판>이란 책으로 잘 알려진 독일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 (Peter Sloterdijk)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가 지금 미친 왕들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21세기에 등장한 권위주의 국가의 양상을 분석하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중국의 시진핑 주석, 그리고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등, 권력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들의 최후가 어떠할지 예측한다. 대담하면서도 위험한 비판을 이토록 익살스럽게 할 수 있는 철학자도 드물다.

슬로터다이크는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가 ‘마키아벨리적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정치철학자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가 저술한 <군주론>을 소환한다. 1513년 발표된 <군주론>은 국가를 통치하고 유지하기 위한 지도자의 자세와 전략에 대한 책으로, 발표 당시부터 논쟁의 대상이 됐다.

그 이유는 “지도자는 때에 따라 선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주장 때문이었다. 이 말은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다”라는 의미로 해석됐고, 실제로 많은 독재자가 이 말을 즐겨 인용했다. 스탈린, 히틀러, 마오쩌둥으로 시작해,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잔혹한 독재자들을 거쳐, 오늘날까지도 여러 지도자가 마키아벨리의 핵심 사상을 계승하며 무도한 폭정을 일삼고 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우리는 미친 왕들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

도널드 트럼프는 2019년 미·중 무역 전쟁을 자신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군주처럼 군림하고 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며 아무 눈치도 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지구 반대편에서는 중국의 ‘위대한 지도자’ 시진핑 주석이 ‘21세기 차르’인 푸틴 대통령과 ‘세계 최대 동상’을 세우며 힌두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모디 총리와 손을 잡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권력을 장악하려는 군주는 ‘선하지 않은 법’을 배워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리고 새로운 전제 군주들은 이 교훈을 터득했다.” 슬로터다이크는 책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군주들을 냉철하고 예리하게 분석한다.

“마키아벨리의 계승자들은 의도적으로 ‘예측 불가능성’을 권력의 도구로 사용해 ‘더 나은 거래’를 강요한다. 그들은 이념적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도 않게 위선을 행하며, 자신의 권력욕을 기가 막히게 숨기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우리는 미친 왕들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

오늘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노 킹스’(왕은 없다)라는 이름의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 어쩌다 왕의 귀환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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