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 토스카, 아이다, 엘렉트라…. 이들의 공통점은 사랑으로 인해 비극적 운명에 이르는 오페라의 여주인공들이면서 소프라노 서선영(42·사진)이 자신의 대표 배역으로 노래해 온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국과 유럽 무대를 오가며 푸치니, 베르디, 바그너, 모차르트 레퍼토리를 소화해 온 서선영이 소프라노 역할 가운데 초고난도 배역으로 꼽히는 ‘아비가일레’를 선보인다. 서울시오페라단이 9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에서다.
서선영은 “아비가일레는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싸운 전사”라며 “오로지 왕좌만이 그가 쟁취해 볼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빌론 전장을 전전한 아비가일레는 아버지와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랑하는 남자마저 여동생에게 빼앗기자 여왕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서선영은 아비가일레가 여성 성악가에게 극한의 부담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넓은 음역대에 음표들이 빠르게 이어지는 구간이 많고, 여기에 극적인 에너지와 콜로라투라적 기교까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는 “악보를 펼쳐보고 베르디가 이걸 한 사람이 하룻저녁에 다 부를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싶어서 정말 놀랐다”며 “노래하는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맹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0대에 접어든 지금이 전성기라고 했다. “가사를 외우는 것이 조금 힘들어진 것 같지만 그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었잖아요. 지금이야말로 성악가로서 전성기라고 생각합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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