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죠죠' 카페, '레제' 칵테일…'애니'에 지갑 여는 시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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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골목골목 들어선 애니 카페, 바
홍대 AK플라자 5년 연평균 38% 성장
홍대 메가박스 '애니 특화관' 가세
경기 불황 뚫는 강력한 '디깅 소비'
성인 학습지 테마 상품까지

카페 '러브 레플리카'. 칵테일마다 죠죠 캐릭터가 정해져있다. /사진=박상경 기자

카페 '러브 레플리카'. 칵테일마다 죠죠 캐릭터가 정해져있다. /사진=박상경 기자

19일 찾은 서울 지하철 망원역 인근의 한 카페. 매장 안은 일본 인기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 관련 피규어로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칵테일을 주문하면 해당 음료에 매칭된 캐릭터 피규어를 함께 내어준다. 이날 1만3000원짜리 칵테일 '잉크(ink)'를 주문하자 주인공 '쿠죠 죠타로' 피규어가 음료와 함께 테이블에 올랐다. 매장 안에는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은 물론 멀리 서양권에서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적을 불문하고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홍대 바 '비밀기지'. 에반게리온의 '레이'를 모티브로 한 칵테일. /사진=비밀기지 SNS 갈무리

홍대 바 '비밀기지'. 에반게리온의 '레이'를 모티브로 한 칵테일. /사진=비밀기지 SNS 갈무리

인근 홍대입구역 방향의 또 다른 바(Bar)는 계단 입구부터 화장실까지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굿즈로 도배돼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곳은 방문객이 원하는 캐릭터를 지정하면 그에 맞춘 '커스텀 칵테일'을 조제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방문 후기에는 '체인소맨'의 인기 캐릭터인 레제나 에반게리온의 레이 등을 모티프로 한 칵테일 인증샷이 잇따르고 있다. 소수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마니아 문화가 홍대와 합정, 망원 일대 골목 상권을 점령하며 글로벌 팬덤이 집결하는 한국의 '아키하바라'를 구축한 현장이다.

이 같은 마니아 소비는 대형 유통 플랫폼의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홍대 상권의 마니아 성지로 꼽히는 AK플라자 홍대점이 대표적이다. 지난 17일 찾은 AK플라자 홍대점 5층의 애니메이션 전문점 '애니메이트' 매장에는 평일임에도 만화책과 아크릴 스탠드, 각종 캐릭터 굿즈를 구매하려는 이용객들이 몰려들었다. 가방마다 좋아하는 캐릭터 키링을 매단 이들은 카트를 끌고 매대 구석구석을 살피며 제품을 골랐다.

지난 17일 찾은 AK플라자 홍대점 5층의 애니메이션 전문점 '애니메이트' 매장. /사진=박상경 기자

지난 17일 찾은 AK플라자 홍대점 5층의 애니메이션 전문점 '애니메이트' 매장. /사진=박상경 기자

2021년 상권 특성을 반영해 매장 전반을 마니아 특화 공간으로 전면 리뉴얼한 AK플라자 홍대점은 파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리뉴얼 초기인 2021년 약 277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약 982억원으로 수직 상승하며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38.5%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7.3% 증가한 수치다.

집객 효과가 데이터로 검증되자 극장가까지 마니아 소비 공략에 가세했다. 메가박스는 최근 홍대점을 국내 멀티플렉스 최초의 '애니메이션 특화 극장'으로 새로 단장했다. 애니메이션 편성 비중을 타 지점보다 압도적으로 높이고 상설 굿즈 매장까지 구축해, 팬덤 중심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 코리아가 개최한 온라인 웨비나 '2026 핵심 상권 지각변동' 자료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소셜데이터 분석 결과 서울 주요 상권 중 홍대는 애니메이션·굿즈·피규어를 중심으로 한 명확한 팬덤이 상권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올해 3월 기준 홍대 상권의 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9% 증가하며 서울 주요 상권 중 명동(33%)의 뒤를 이어 강력한 성장세를 증명했다.

유통가 안팎에서는 홍대 상권에서 증명된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IP(지식재산권) 소비가 경기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견고한 '디깅(Digging·자신의 취향에 맞는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것) 문화'로 정착했다고 보고 있다. 가격 민감도가 낮고 반복 구매율이 높은 소비층의 특성상, 잘 구축된 IP 하나가 상권 전체를 견인하는 핵심 자산이 됐다는 평이다. 이 같은 흐름은 서울 주요 거점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실제 HDC아이파크몰 역시 용산역 6층을 마니아 특화 공간으로 개편해 지난해 총매출이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6500억원을 기록했다.

마이라이트 ‘귀멸의칼날 일본어 학습지’. /사진=마이라이트

마이라이트 ‘귀멸의칼날 일본어 학습지’. /사진=마이라이트

이러한 열풍은 오프라인 상권을 넘어 교육 등 이종 업계로도 확산하는 추세다. 데이원컴퍼니의 학습지 브랜드 '마이라이트'가 출시한 캐릭터 테마 외국어 학습지가 대표적이다. '귀멸의 칼날', '명탐정 코난' 등 인기 애니메이션 IP를 교재와 전용 굿즈에 접목했다. 한정판 다이어리와 스티커 등을 패키징한 결과, 해당 라인업은 일반 어학 학습지 대비 평균 3배가량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홍대 일대가 이른바 '홍키하바라(홍대+아키하바라)'로 불릴 만큼, 취향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오프라인 상권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며 "경기 침체 속에서도 팬덤 상권의 소비 화력은 구조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는 만큼, 단순한 일회성 협업을 넘어 팬들이 몰입할 수 있는 정교한 IP 세계관을 제공하는 것이 유통 기업들의 필수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진화 방향을 짚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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