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하나증권 등 증권사들이 홈플러스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상품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완전 판매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피해자들이 시위에 나섰다.
문제가 된 상품은 ‘홈플러스의 카드대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신영증권이 발행한 ABSTB다. 투자자들은 이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들이 상환 구조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며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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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강남구 하나증권 압구정지점 앞에서 피해자들이 불완전 판매 책임을 주장하며 항의 집회를 벌였다.
카드회사들은 홈플러스에 대해 4816억원 규모 카드대금 채권을 갖고 있다. 특수목적회사(SPC)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는 카드회사와 참가계약을 맺고, 이 카드대금 채권 중 일부를 받을 권리를 기초자산으로 ABSTB를 발행했다.
이 유동화거래의 주관회사는 신영증권이다. 해당 ABSTB 제76-1회는 지난 3월 5일 만기였다.
ABSTB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받으려면 이를 발행한 SPC가 상환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카드회사가 SPC에 카드대금을 줘야 하고, 그러려면 홈플러스가 결제일에 카드회사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지난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해당 금융상품은 회생절차가 시작된 후 변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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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 유동화 구조 (자료=신영증권) |
하나증권은 신영증권이 발행한 홈플러스 ABSTB 상품을 ‘홈플러스 전단채’라는 표현을 사용해 판매했다. 증권사가 문자 메시지를 활용한 비대면 판매 방식을 주로 사용했고, 상품의 복잡한 구조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 설명이다.
피해자 중 한 명은 “프라이빗 뱅커(PB)가 ABSTB나 기업어음(CP)에 대한 설명 없이 단순히 ‘홈플러스 전단채’, ‘신용보강 홈플러스’라는 표현만 반복했다”며 불완전 판매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증권사에서 “홈플러스 얘기도 전혀 없었고 ‘OO카드의 거래 대금 관련해서 쓰는 채권인데 만기가 3개월”이라며 “3개월 안에 OO카드가 망하지 않으면 이건 안전하다”고 했다며 하나증권에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하나증권은 전체 홈플러스 관련 단기금융상품 6000억원 중 신영증권이 발행, 재판매한 ABSTB 2500억원 이상을 개인에게 판매해 업계 최대 판매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하나증권의 일부 PB가 높은 판매 수수료를 자랑했다는 피해자들 주장도 불완전 판매 논란을 키우고 있다.
피해자들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디스커버리 및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당시처럼 금융투자상품을 불완전 판매한 증권사가 자발적 보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거리 시위를 지속할 계획이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홈플러스 ABSTB 전단채 발행·판매사인 신영증권의 불완전 판매에 대해 즉시 검사에 착수할 부분은 아니다“라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집단소송과 지속적 민원 제기로 금융당국의 조사 확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