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증평에 첫 목조 호텔
서울대엔 국내 최대 공학관
기둥 등 핵심부 목재로 건설
화재·충격 약했던 단점 극복
단열 탁월 에너지효율 높아
해외선 고층빌딩도 건설
2000년대 초반 관심이 올라갔다가 기술적 요인 등 때문에 사그라들었던 목조 건축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도서관·호텔 등 공공건물 위주로 대형 목조 건축물을 지으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가운데,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려는 노력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13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건물을 지을 때 목조 건축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최근 이어지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충북 증평군이 추진 중인 목조 호텔, 서울 동대문에 들어설 목조 도서관 등이 꼽힌다.
증평군이 율리 휴양촌에 지상 4층 규모로 조성할 호텔은 1층에 대강당 및 다목적실, 2∼4층에는 객실이 모두 33실 들어설 예정이다. 기둥과 같은 핵심 부분은 철근콘크리트(RC) 공법, 나머지 벽·지붕 등 구조재의 50% 이상은 목조로 건립할 계획이다. 서울 동대문구에도 목재와 철근콘크리트를 결합한 서울시립도서관이 들어선다. 연면적 2만5000㎡ 규모로 2030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밖에 강원도청 신청사(강원 춘천), 황윤석 실학도서관(전북 고창), 사회복지시설(서울 종로구) 등 상당수 공공시설이 목조 건축물로 추진되고 있다. 작년 4월에는 국내 최대 규모(지상 7층) 목조 건물인 서울대 해동첨단공학관이 준공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목조 건물은 19세기 이후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밀려났다. 철근은 당기는 힘(인장)에 강하지만 부식이 잘되고,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압축)에 강하고 인장에는 약하다. 뼈대인 철근을 콘크리트로 감싼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두 재료를 동시에 사용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했다. 목조 건물보다 화재에도 강하다. 철근콘크리트는 150여 년간 주요 건축 방식이었지만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해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가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서 발생한다.
고층 목조 건물은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됐다. 열전도율이 낮아 단열 효과가 높고 건물 에너지 소모량도 줄어든다. 2000년대 초반 이 같은 장점에 주목한 세계 건축계에서 한때 유행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불에 타기 쉽고, 외부 힘에 약하다는 목재의 단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목재 강도와 내화성(화재에 버티는 힘)을 높인 엔지니어링 우드가 개발되면서 다시 주목받는 모양새다.
실제로 세계에서는 고층 목조 건물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미국 밀워키 주상복합 건물 어센트(25층·86m), 노르웨이 미에스토르네 호텔(18층·84m) 등이다. 스위스는 100m짜리 주상복합, 호주는 183m짜리 아파트를 목조로 추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목조 건축물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층간 바닥에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 210㎜ 이상을 적용해야 한다'는 규정 대상에서 목조가 제외되며 '목조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근 국회에서는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목조 건축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