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 스프레이 챙겨라” 초유 사태 우려했지만…큰 충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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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전후해 헌법재판소와 가까운 안국역 일대에 극도의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다행히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 30분경 헌재를 둘러싼 ‘진공상태’를 풀었다. 종로·중구 일대를 8개 권역으로 나눠 지정했던 특별범죄예방구역도 완전히 해제했다.


앞서 이날 오전 0시부터 서울에 ‘갑호비상’이 발령됐다. 갑호비상은 경찰력을 100% 동원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근무 체제다. 탄핵심판 선고가 진행되는 헌법재판소 주변에는 오전 6시 기준 기동대 110여개(약 7000명)가 배치됐다.

각 언론사 기자들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호신 스프레이 등 장비를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기까지 했다.


경찰은 헌재를 기준으로 150m 반경을 진공상태로 만들었다. 경찰은 찬·반 집회 양측 참가자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안국역 4·5번 출구(탄핵 반대 집회)와 6번 출구(탄핵 찬성 집회)에 높이 4m가 넘는 벽을 세웠다. 이어지는 여러 골목도 임시 담장과 버스, 병력 등으로 촘촘히 막아 사람들이 다니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


과거 경찰이 버스 등으로 벽을 만들었을 때는 일부 과격한 시위대가 버스 위에 오르는 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벽에 오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벽 너머에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과 시위대가 직접 부딪힐 일도 없었다.


오전 10시 30분을 전후해 경찰 병력은 헬멧과 방독면 방검복 등으로 무장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양측 찬반 진영은 벽 아래서 노래를 부르거나 구호를 외치는 식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탄핵 인용 직후인 오전 11시 30분쯤 안국역 5번 출구 근처에서 20대로 보이는 윤 대통령 지지자가 쇠파이프로 경찰버스 창문을 파손하는 일이 있었지만 큰 충돌 없이 상황이 정리됐다. 이 남성은 곧장 경찰 기동대에 현행범 체포됐다.


탄핵 선고가 나오고 11시 40분경 탄핵 찬성 집회는 계속해서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반면 반대 진영은 사실상 모두 해산한 상태였다. 남은 지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분노 섞인 울분을 토했지만 폭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오후 12시 42분부터 안국역 6번 출구 인근에서 광화문 월대로 행진했던 탄핵 찬성 측 시민들도 해산하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은 오후 3시까지 광화문 앞에 남아 꽹과리를 치고 태극기를 흔들며 자축했다.


오후 3시 40분 무렵엔 안국역 일대에서 차벽을 이루던 경찰버스도 철수를 시작했다.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도 오후 1시 30분부터 해산을 시작해, 오후 3시 20분경 완전히 철수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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