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오일장 추진위-지역 상인 갈등
지역 명소 꿈꾸며 부활한 오일장
서부시장 등 인근 상인 반응 싸늘… “타지 업체 물량 공세에 손님 뺏겨”
추진위, 외부 업체 유입 제한 주장… “매출 오른 시장 상인도 증가 추세”
“화려하게 오일장이 부활했다고 알려졌지만, 시장 활성화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18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서부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김모 씨(49)는 옷가지를 정리하며 말했다. 김 씨가 장사하는 서부시장은 6월부터 재개장된 오일장 바로 옆에 있다.
태안 오일장은 태안군 태안읍 서부시장과 동부시장 사이에 조성된 ‘걷고 싶은 거리’에서 매달 끝자리 3일과 8일에 들어선다. 태안 오일장은 과거 3·8일 장날 우시장과 우물터 등을 중심으로 열렸지만, 산업화 등에 따라 점차 축소되면서 1989년부터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후 군이 지역사회 문화를 보존하고 생동감 넘치는 태안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해 35년 만에 오일장을 부활시켰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인근 서부시장 상인들과 오일장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다.
● 서부시장 “오일장 외지 상인에게 손님 빼앗겨”앞서 군은 “6월 8일 35년 만에 오일장을 부활시켰다”며 첫날 5000여 명의 인파가 몰리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개장 이후 오일장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인접 시장 유입 등 지역 전체 경제 활성화를 이끌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날 시장을 직접 둘러보니 상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지역의 산물과 문화를 함께 접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보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서부시장에서 식자재 판매업을 하고 있는 박모 씨(51)는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사람들이 모여 양옆에 위치한 전통시장까지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효과는 전혀 없다”며 “오히려 오일장엔 외지인 업체들이 가득 들어서 장사를 해 기존 시장 상인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했다. 다른 상인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동부시장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57)는 “장날에는 당일치기로 저렴하게 물량을 공급하는 일부 장사꾼들이 돈을 다 벌어 간다”며 “서부와 동부 시장으로도 사람들이 함께 몰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일장에서만 물건을 구매한 후 대부분 돌아간다. 전통시장과 연계성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오일장 추진위 “외지인 비율 30%뿐”
이에 대해 오일장을 주관하고 있는 추진위원회 측은 “시장 상인들이 일부 오해를 하고 있다”며 “아직 시행 초기이지만 효과도 분명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조은상 태안 오일장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태안 오일장은 상인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돼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이라며 “가장 크게 오해를 받는 부분은 외지인 장사꾼 비율이 높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그는 “처음 장을 열 때 관내 80%, 외지인 20% 비율로 했고, 품목 다양화 등을 위해 현재는 7 대 3 비율로 운영 중”이라며 “초창기엔 관내 상인들이 참여하지 않아 오히려 텅 빈 부스가 많았고, 출석 비율로만 볼 때 외지인들이 더 높아 보일 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태안 오일장은 현재도 외지인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추진위 측은 시장 상인 및 관내 참여 업체들을 위해 오히려 접근을 막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오일장 재개장 이후 매출이 오른 시장 상인도 증가 추세라고 했다. 조 위원장은 “오일장에서 빵과 떡을 판매하는 곳이 인기가 좋았는데, 이를 보고 시장 내 동종업계 상가에서 소비자 선호도에 맞게 제품을 다양화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선보여 오히려 매출을 오일장 상인보다 더 높였다”면서 “태안은 전국에서 물가가 비싸다고 오명을 쓰고 있는 지역이다. 오일장에선 합리적인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를 보고 시장 상인들이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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