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정부가 금융회사에 남아 있는 소상공인의 개인회생 정보 공유 기간을 기존 최대 5년에서 1년으로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1년 이상 변제계획을 성실히 이행한 경우 공공정보를 조기에 삭제할 수 있도록 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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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8일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소상공인 금융 애로 해소를 위한 첫번째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열었던 충청권 타운홀 미팅에서 제기된 소상공인의 금융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1호 조치로 정책 수요자,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즉시 해소가능한 내용은 바로 처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충청권 타운홀 미팅에서 의견을 개진했던 소상공인 법률자문 전문 신하나 변호사, 서울회생법원의 황성민·정승진 판사, 그리고 실제 회생·파산 및 채무조정을 진행 중이거나 경험한 적 있는 소상공인 다수가 참여했다.
권 처장은 소상공인 채무 문제와 관련된 정책은 현장에서 직접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법원의 회생·파산 또는 채무조정 절차를 진행 중인 소상공인들의 채무조정 중임을 나타내는 ‘공공정보’가 최대 5년간 신용정보원을 통해 금융권에 공유됨에 따라 겪게 되는 어려움과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법원의 회생·파산 또는 신복위 채무조정을 경험한 소상공인들은 공공정보 등록·공유로 인해 장기간 신규대출이 거절될 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 상환 요구, 카드이용 정지 등으로 일상적·필수적 금융생활의 제약이 커 경제적 재기를 위한 노력이 좌절됐던 경험을 공유했다.
폐업 소상공인 법률자문 및 채무조정 지원 전문가인 신하나 변호사는 “과도하게 긴 공공정보 등록·공유기간은 오히려 소상공인 재부실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회생 가능성이 저하될수록 재기지원이라는 채무조정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성민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법원의 개인회생 변제계획인가결정이 있는 경우 신용정보운에 5년간 공공정보로 등록·공유되고 있는데, 다른 채무조정 제도와 법원의 개인회생제도간 형평성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약정에 따라 1년간 성실히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 공공정보를 조기에 삭제해 채무자의 신속한 경제적 재기를 지원한다는 점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신용정보원, 신용회복위원회, 은행연합회 등 관련기관들도 법원 회생절차를 이용하는 채무자를 다른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자와 다르게 볼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점에 공감하며 이달 중 신용정보집중관리위원회 논의를 거쳐 법원 회생절차에 대해서도 1년 이상 변제계획에 따라 성실히 변제를 이행한 경우 공공정보를 조기 삭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규정개정 전에 이미 법원의 회생결정 받은 자에 대한 소급적용도 법원과 논의하며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다만, 파산면책의 경우는 회생과는 달리 상환불능자의 완전한 책임 면책으로 법적·경제적 차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추가적인 전문가 의견수렴 등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금융당국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한 번 도입된 정책은 쉽게 바뀌지 않는 관행으로 인해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의 어려움을 면밀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놓쳐왔던 부분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는 재기를 희망하는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실패가 도덕적 실패로 낙인되거나, 사회적 공감을 충분히 얻지 못한 경우는 없었는지 꼼꼼하게 살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