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조합원 91% “성과급제 반대”… 임금체계 개편 4년째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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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 이상 사업체 53%가 호봉제
신입-근속자간 격차 日-유럽 웃돌아
“기업 기술개발 투자 걸림돌” 지적
노조 동의 없으면 임금체계 못바꿔… 재계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를”

6·3대선을 앞두고 각 당이 ‘임금체계 개편’을 주요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자동차 등의 업종에서 노동조합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정규직 노조의 경우 구성원의 90% 이상이 성과급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조합원 91% “성과연동제 반대”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산하 남양연구소위원회가 6691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의 91%가 성과연동제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소식지 ‘현장의 힘’을 통해 “기아가 일반직에 성과연동제를 도입한 이후 현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회사와 노조 집행부가 일반직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성과연동제란 직원의 연간 업무 성과에 따라 기본급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는 임금체계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호봉제와 달리 평가 결과에 따라 보상에 차이가 생긴다.

현대차는 자동차 산업 환경이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정보기술(IT)·SW 분야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연구·일반직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성과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2022년부터 이 제도 도입을 논의해 왔지만 지난해에도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반면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기아가 임금체계 개편의 신호탄을 쏘았다. 지난해 9월 노사 합의로 사원·대리급 일반직에 성과연동제를 도입했는데, 이는 인사 평가 등급에 따라 기본급 인상분의 최대 두 배까지 차등화하는 제도다. 기존 호봉제를 유지하면서도 성과 보상 요소를 강화한 ‘절충형 모델’이지만, 현장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 높은 호봉급 비중이 임금 격차 원인

정치권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임금체계 개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직무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정년 유연화를 공약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법적 제약 때문에 임금체계 개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사 단체협약이 근로기준법이나 취업규칙보다 우선하는 구조라 기업이 노조 동의 없이 임금체계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 역시 임금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사 자율’ 원칙을 강조하면서 컨설팅과 정보 제공 등 간접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전체 사업체 중 호봉급 도입 비중은 12.8%다. 반면 1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이 비중이 52.6%로 크게 높아진다.호봉제 유지는 신입사원과 장기근속자 간 임금 격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근속 1년 미만 신입사원의 임금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은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 295에 달한다. 이는 일본(227)이나 유럽연합(EU) 평균(165·2018년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만큼 임금이 직급이나 성과와 관계 없이 연공에 따라 지급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경직적 호봉제는 기업의 기술 개발 투자 여력을 줄인다”며 “미래 경쟁력까지 약화될 수 있어 임금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직무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 등 실효적 조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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