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많지 않은데도 생산 늘려
브렌트유 4년만에 최저 수준
국내 정유3사, 영업이익 급감
주요 산유국들이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원유 생산을 늘리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국내 정유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로이터는 4일(현지 시간) OPEC+(OPEC과 주요 산유국의 연대) 소식통을 인용해 7월에 하루 41만1000배럴을 추가 증산하는 방안이 다음 달 회의에서 논의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OPEC+는 4∼6월 하루 약 100만 배럴의 증산을 결정했는데 이러한 기조가 더욱 가속화되는 것이다.
정유업계에서는 OPEC+의 증산 움직임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해 원유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올 1월 배럴당 75∼82달러 수준이던 브렌트유 가격은 이달 2일 61달러까지 떨어졌다.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증산까지 겹치면서 앞으로 유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OPEC+의 이례적 증산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최소화하기 위해 OPEC에 증산을 요구했다.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증산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가 좋을 때 유가가 내리면 석유 제품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제 성장이 둔화할 때 유가가 내리면 실적만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만들어 놓은 석유 제품 평가액이 감소하는 데다 수요 둔화에 따라 정제 마진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3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8% 급감했다. 에쓰오일은 1분기에 215억 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SK이노베이션 석유 사업은 영업이익이 3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9% 줄었다. GS칼텍스는 이달 중순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분기(4∼6월)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수요가 늘어 통상 ‘성수기’로 불렸지만 이번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경기 둔화와 석유제품 가격 하락에 적절히 대응해야 실적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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