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이 난해하다고?…세상에 어려운 예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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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 제안,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서 입꼬리를 올려준다. 그리고 작품 앞에 선다. '도대체 이게 뭐지?'를 '어머나 이거 신기하네!'로 바꾼다. '너무 어렵잖아'를 '너무 재밌는걸!'로 전환시킨다. 더러 하하 웃으며 '웃기네!'도 괜찮다. 철학적 표상과 비판적 사유로 가득한 묵직한 현대 미술 앞에서 그래도 되냐고 묻는다면,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도 된다고, 혹 뭉클한 울림이 있거든 울어도 된다고, 얼마든지 그래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관점을 바꿔주는 일은 예술의 중요한 가치다. 힘든 세상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는 걸, 어려운 삶에 다정한 마음이 스며 있다는 걸 묵묵히 알려준다. 하지만 표현이나 형식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유로우므로 선뜻 수용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현대 미술 앞에 서기 전에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 어떤 괴상한 작품과 마주쳐도 재미있게 생각해야지. 쫄지 말아야지. 허나 아무리 다짐해도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고, 열심히 설명을 읽어봐도 도무지 모르겠는 예술도 있다. 이럴 땐 과감하게 포기한다. 이번 생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안녕을 고하고 스쳐 지나가면 된다.

Kiaf SEOUL / 사진출처. © Kiaf SEOUL

Kiaf SEOUL / 사진출처. © Kiaf SEOUL

모든 예술이 다 좋은가? 그렇지 않다. 전시 작품을 빠짐없이 다 봐야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특히 유료 전시회에 가면 저돌적 향유자가 된다. 줄서서 하나하나 다 봐야하고 사진도 다 찍는다. 집에 가서 열어보지도 않을 사진첩에 제목 모를 그림들로 가득 차있지 않은지. 물론 미술관에 다녀온 것만으로도 특별한 삶인 건 확실하다. 대다수의 사람은 아예 고개 돌리고 사는 경우도 허다하므로. 하지만 이제 우리 조금 더 구체적으로 향유해야 한다. 뾰족하게 내 취향을 알아야 한다. 인공 지능의 습격 속에서 우리가 나다움을 지키며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바로 그것을 예술이 도와준다. 특히 난해하다 오해되는 현대 미술이. 다들 어렵다는 현대 미술 앞에서 활짝 웃는 나라니! 멋지지 아니한가.

몇 년 전 리움에서 열렸던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는 예약 전쟁일 정도로 인기였다. 이후 실험 정신 가득한 전시들이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필립 파레노, 피에르 위그 등 인공 지능을 활용한 거장들의 전시는 다소 어둡고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게 뭐지? 갸우뚱!이 수시로 출몰한다. 그럴 땐 작품을 이해하고 판단하려는 마음보다 수용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본다. 신문물 인공 지능을 가장 먼저 예술에 도입한 혁신만으로 작품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비평이나 비판은 전문가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취향이나 애호를 챙기면 된다. 도저히 내 취향이 아니라고? 그걸 알았다는 걸로도 그 전시는 의미가 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 리움미술관 | 2023.01.31. – 2023.07.16.]

얼마 전 우리옛돌박물관에서《寒樹, 고요한 맥박》전이 시작됐다. 보통 스케일이 큰 전시는 대체로 외국 작가들의 전시인 경우가 많아 아쉬웠는데, 우리 작가들의 깊고 넓은 세계를 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특히 서로 다른 경지들이 예술의 영역에서 만들어내는 감흥은 생경한 아름다움이었다. 분재와 유리, 설치와 미디어 아트 등, 우리 정서에 스며드는 작품들로 가득했다. 예술은 작품을 통해 어떤 영성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마음에 깊고 맑은 울림을 주는 전시였다. 고전 명화도 좋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는 우리의 사조를 아끼고 넓혀갈 의무가 있다. 결국 미술 사조란 그 시대의 트렌드이므로 동시대 현대 미술은 우리의 거울이기도 하다.

특별기획전 <寒樹, 고요한 맥박> 전시 내부 전경 / 사진=필자 제공

특별기획전 <寒樹, 고요한 맥박> 전시 내부 전경 / 사진=필자 제공

살다 보면 난해함 앞에 맞닥뜨릴 일 너무 많다. 사람도, 세상도 어떨 때 드세고 어려운 벽 같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한숨 쉬고 주저앉거나 피해 갈 수만은 없다. 어깨 쫙 펴고 입꼬리 올리고 오그라든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다. 담대하고 다정하게 내게 오는 것들을 맞이하는 것이다. 현대 미술은 바로 그런 태도를 연습하게 해준다. 세상을 살아가는 긍정과 유연을 체득하게 돕는다. 그러므로 어려운 예술은 없다. 오래 머무르거나 그냥 스쳐 지나가거나 모든 건 내 마음에 달린 것이다.

임지영 예술 칼럼니스트·(주)즐거운예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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