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텐트가 점점 더 늘어나네”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웃돌며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을 찾은 한 시민은 서십자각에 늘어선 농성장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광화문 근처에 외근을 나왔다는 30대 A씨는 “며칠 전에 왔을 때만 해도 몇 개 없었던 것 같다”며 “지금은 대학생들 텐트까지 생겼다”고 했다.
야당과 시민 사회 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경복궁 서십자각터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박수현·민형배·김준혁·서영석·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 등 ‘윤석열탄핵 야5당 국회의원 연대’는 지난 11일부터 천막에서 노숙하며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
김 의원은 매경닷컴과 만나 “단식하는 건 힘들지 않다. 많은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지 않나”라며 “보통 오후 4시부터 시민들이 오기 시작하는데 많은 분들이 오셔서 격려해 주고 가시고, 울분도 토하신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적 가치와 헌법적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시민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며 “12·3 비상계엄은 분명하게 잘못된 일인데,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는 정치인들과 극우세력들이 비정상이다. 이건 나라가 정상적으로 가느냐, 비정상적으로 망하느냐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탄핵연대 천막 앞에는 헌법재판소를 향한 시민의 응원 메시지를 적는 게시판이 비치돼 있었다. 한 시민은 ‘살 떨리는 하루하루입니다. 국민들 잠 좀 자게 해주세요, 제발’이라는 메모를 적어 게시판에 부착했다.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탄핵연대 인근 천막에서 지난 9일부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단식 6일 차에 접어든 김 전 지사는 “단식 중인 민주당 의원들이랑 동병상련으로 계속 소통하고 있고, 나이가 있으신 시민 원로들도 있어서 아침마다 문안인사도 하고 그런다”고 힘겹게 웃어 보였다.
김 전 지사는 “처음에는 밤샘 농성을 하시는 분들이 은박지만 덮고 계셨는데 지금은 텐트가 많이 늘었다. 점점 농성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만큼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계신다”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포근한 날씨로 광화문과 경복궁 일대는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 무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광화문 삼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한 시민은 일행에게 “그래서 윤석열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묻기도 했다.
지난 13일부터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세 걸음마다 한 번씩 절을 하는 ‘삼보일배’ 행진에 들어간 조국혁신당은 이날도 행진에 나섰다. 정춘생 원내수석부대표 등 혁신당은 천막 안에서 선크림을 바르고, 무릎 보호대와 장갑을 착용하는 등 삼보일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 원내수석은 삼보일배에 대해 “윤 대통령 파면을 빨리했으면 좋겠다는 국민의 염원을 모으고, 간절함을 담은 것”이라며 “지난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공개했던 곳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인데, 거기서 출발해 헌재까지 국민 열망을 모아서 간다. 날씨는 덥지만 비는 안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십자각 천막농성장 건너편 도로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을 주축으로 하는 60대 이상 해병대 예비역 모임 ‘시니어 마린스’는 애국가를 제창한 뒤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