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놀리아 레인(Magnolia Lane).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게이트에서 클럽하우스까지 이르는 300m 가량의 길을 250년 넘은 목련나무 60그루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빼곡한 터널을 만든다. 회원과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 선수들만이 이용할 수 있기에 골퍼들의 로망을 대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7일(한국시간) 찾은 매그놀리아 레인은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빈틈없이 빼곡했던 숲은 곳곳에서 하늘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허전해졌다. 매그놀리아 레인 끝무렵, 클럽하우스 입구 쪽에 자리잡고 있던 나무는 중간께가 잘려나가 휑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9월 미국 남부 일대를 덮쳤던 1급 허리케인 헐린이 남긴 상흔이었다.
◆"1000그루 넘게 쓰러져"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개막하는 주간인 '마스터스 위크'가 시작되면서 오거스타 내셔널GC가 세상에 속살을 드러냈다. 올해의 관심사는 1급 허리케인 헐린의 여파에서 '꿈의 무대'가 얼마나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을지 여부였다.
헐린은 조지아주에서 140년간 가장 파괴적인 허리케인이었다. 미국 국립 허리케인 센터에 따르면 오거스타 지역에서만 11명이 사망했고, 주택 400여채가 완파됐다. 물과 전기도 상당기간 끊겼다.
오거스타내셔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오거스타크로니클에 따르면 최소 1000그루의 나무가 쓰러졌다. 지난해 10월 말, 회원들을 위해 골프장을 열었지만 일부 홀에서는 그린을 이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이 "1년 전보다 나무가 많이 없어졌다"며 피해사실을 인정했을 정도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올해 마스터스가 예정대로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예년처럼 4월 둘째주, 마스터스 위크는 막을 올렸다. 양탄자처럼 부드럽고 빽빽하게 지면을 채운 완벽한 잔디, 시즌 첫 메이저대회임을 알리는 듯 화려하게 코스를 수놓은 철쭉과 색색의 꽃들은 오거스타내셔널이 여전히 '꿈의 무대'임을 보여줬다. 처음 이 코스를 찾은 사람들은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지 200여일이 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웠을 정도다.
하지만 곳곳에는 여전히 상흔이 남아있었다. 예전의 울창함을 잃어버린 매그놀리아 레인에서는 중간중간 몸통 색깔이 다소 흐린 나무 너댓그루가 눈길을 끌었다. 오거스타내셔널 관계자는 "상당수의 나무가 피해를 입었고, 5그루를 교체했다"고 귀띔했다.
코스 곳곳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이날 연습라운드를 돈 한 선수는 "9번홀(파4)이 휑하더라"고 전했다. 코스 양 옆을 울타리처럼 둘러치고 있던 나무의 가지들이 크게 손상을 입은 탓이다. 또다른 선수는 "5번 페어웨이와 6·17·17번홀을 구분지어주던 나무 군락이 사라졌다"며 "옆 홀 함성이 이제 다 들릴 것 같다"고 말했다. 16번홀에서는 작년까지 버티고 있던 나무 9그루 가운데 4그루만 남았다.
◆마스터스, 지역 재건에 기여할듯
하지만 코스 자체의 변형은 거의 없다는 것이 선수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2018년 이 대회 우승자인 패트릭 리드는 최근 사전 답사 라운드를 마쳤다며 "일부 나무가 없어지면서 시야가 좀 트인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경기에 영향을 주는 나무, 방해되는 나무들은 그대로 있어서 난이도는 유지된다"고 말했다.
오거스타내셔널은 지역의 피해복구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허리케인 발생 이후 오거스타내셔널은 지역 복구를 위해 500만달러(약 76억원)을 기부했고 지역 커뮤니티의 재건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리들리 회장은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우리를 필요로 할 때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곧 막오르는 마스터스 대회도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마스터스는 매해 1억 1000만달러(약 1614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전 세계에서 마스터스를 보기 위해 이 지역을 찾으면서 오거스타 주민들은 일주일간 집과 땅을 숙소와 주차장으로 빌려주면서 몇달치 수입에 이르는 수익을 거둔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