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에 패키지 보복조치
미국 對中 104%관세부과 당일
맞불관세·기업제재·수출통제
12년만에 중앙주변공작회의
트럼프 "우리가 갈취할 차례"
◆ 관세전쟁 ◆
중국이 또다시 패키지 보복 조치로 맞불을 놨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총 104%의 관세를 부과한 당일 △맞불 관세 △기업 제재 △수출통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의지를 또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다.
9일 중국 상무부는 실드AI와 시에라 네바다 등 미국 군수기업 6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메리칸 포토닉스(렌즈 제조), 노보텍(바이오), 에코다인(드론) 등 미국 기업 12곳에 대해서는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통제하기로 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가 10일 낮 12시 1분(현지시간)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34%에서 84%로 인상한다고 발표한 직후 나온 보복 조치다. 또 상무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미국이 추가 관세 50%포인트를 부과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9일 자정부터 중국산 제품에 104%라는 관세폭탄이 부과되자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관세를 남용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계속 취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중앙TV(CCTV)의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가 이미 100%포인트를 초과했다"며 "중국인들은 압박과 위협을 좋아하지 않고 이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같은 날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주변국들과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전략적 상호 신뢰를 강화한다는 외교 방침을 천명했다. 시 주석은 핵심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전날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주변공작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연설했다.
외교 문제를 다루는 최고위급 회의가 열린 것은 12년 만이며 시 주석의 연설이 공개된 것 역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된 이후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양국 모습에 "통상전쟁에서 결코 물러설 의사가 없다는 명확한 신호"라면서 "일시적이지만 두 나라 간 교역이 대부분 중단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중국의 맞불 조치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이 예상보다 강력하고 신속하게 반격에 나선 것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를 겪으면서 사전에 대응책이 마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도 중국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보복 조치를 하는 것은 중국의 실수"라며 "미국은 맞으면 더 세게 맞받아친다. 그것이 (중국에 대한) 104% 관세가 시행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워싱턴DC에서 진행된 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만찬 행사에서 "많은 나라들이 우리를 엄청나게 갈취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갈취(ripping)할 차례"라고 말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김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