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증시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허니문 랠리’로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 그동안 상승 흐름에서 소외됐던 자동차 업종 주가가 모처럼 강한 반등에 나섰다. 지난달 실적 선방에도 관세 불확실성과 수요 둔화 우려에 발목을 잡혔던 자동차 종목이 미·중 간 무역 긴장 완화와 대미 협상 기대가 맞물리며 뒤늦은 상승 흐름에 올라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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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챗GPT 생성) |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자동차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92포인트(4.08%) 오른 1859.60에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 상승률인 1.55%를 웃도는 수준이다. 종목별로는 현대차(005380)는 4.32% 상승했고, 기아(000270)는 2.36% 오르면서 지수의 강세를 이끌었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012330)(10.04%), 현대위아(011210)(1.39%) 등도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날 반등 전까지 자동차 종목은 국내 증시의 전반적인 강세 흐름에도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KRX 자동차 지수는 전 거래일까지 최근 한 달간 1.98% 하락하면서 KRX 지수 중 유일하게 내림세를 기록했다. 미국 관세로 대표되는 자동차·모빌리티 산업의 불확실성이 투자 매력을 낮춘 데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대미 협상 차질 우려가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달까지 현대차·기아 차량 판매량은 관세 적용 전 선(先) 수요로 탄탄한 모습을 기록했지만, 올 하반기엔 관세 선수요 효과도 점차 약해지는 등 수요가 둔화하리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자동차 관련 종목의 주가는 힘을 받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세를 이어가던 지난 한 달간에도 현대차에 대해선 2459억원치 순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대미 통상 협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뒤늦게 반영되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특히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통화 이후 중국이 희토류·자석의 대미 수출을 허용했다고 밝히는 등 미·중 간 무역 긴장이 완화되는 조짐 역시 자동차 종목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고 있는 움직임도 자동차 종목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는 지난 5일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고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로 연결되는 순환 출자 구조이고, 잠재적인 지배구조 변경 이슈를 갖고 있어 관련 종목(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며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과 누적된 주가 하락으로 현대차그룹 종목들의 주주환원 수익률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중장기적인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신기술을 탑재한 차량의 등장으로 산업 성장성 자체가 두드러지면서 그동안 저평가돼 있던 자동차 종목의 밸류에이션의 개선 여지가 있다는 게 증권가 평가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관세 영향이 완화되는 국면에서 주가 반등이 기대되고, 협상 결과에 따라 반등 강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기적으로 관세 이슈 이후 ‘유예된 시간’ 동안 얼마나 현대차·기아가 어떤 투자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