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KBO 총재. /사진=김진경 대기자 |
NC 다이노스가 61일 만에 홈으로 돌아가게 됐다. 창원시는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연고지의 의무'를 언급했다.
NC는 "30일 창원NC파크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 개최를 결정하며 창원NC파크의 재개장을 공식화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창원NC파크에서 마지막 경기가 열린 지 무려 61일 만의 일이다. KBO도 같은 날 "NC 구단의 요청을 받고 오는 30일 홈경기부터 창원에서 경기를 재개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당초 6월 말까지 울산 문수야구장을 사용하는 것으로 울산시와 협의했으나, 지역 상권, KBO리그 팬, 선수단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허구연 KBO 총재는 KBO 사무국에서 장금용 창원특례시장 권한대행(제1부시장)과 만나 창원NC파크와 관련해 논의했다. KBO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허 총재는 장 대행에게 연고지 지자체가 갖는 책임과 의무에 대해 강조하고, 앞으로도 팬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창원NC파크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창원특례시가 NC 구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창원시가 그동안 보여준 대응이 야구계에서 보기에 미흡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29일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창원NC파크에서 경기 도중 3루 쪽 매장 위쪽 외벽에 고정돼 있던 구조물(알루미늄 루버)이 추락해 관중을 덮쳤다. 이에 매장 앞에 있던 20대 A씨와 10대 B씨 자매 등 관중 3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동했다. 이 중 A씨는 머리를 다쳐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같은 달 31일 오전 사망하고 말았다.
3월 29일 창원NC파크에서 낙하물이 떨어져 관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원인인 알루미늄 루버가 위치했던 곳(빨간 원)과 사고 발생 장소의 모습. /사진=양정웅 기자 |
이후 다음날 경기부터 창원NC파크에서는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NC 구단의 자체 긴급점검이 열렸고, 창원시와 시설공단에서도 진단을 펼쳤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서 안전조치가 미흡하다며 면밀한 점검을 요구하며 재개장이 미뤄졌다.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을 빌리거나, 타 팀과 홈·원정 일정을 바꾸는 등 조치가 이어졌지만, 결국 리그 파행을 막기 위해 NC는 지난 16일부터 울산 문수야구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창원시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고 직후 정밀안전진단도 NC 구단에서 선제적으로 했고, 창원시에서는 결과를 통보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창원시는 NC가 울산행을 발표하기 전 구단에 "점검과 보수에 1년이 걸릴 예정"이라며 사실상 사용이 어려움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창원시는 "NC 대표이사와 시설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대책반을 구성해, 야구장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구단 비용 전가, 미온적 대처, 입장 변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았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공문을 통해 "재개장 결정 등에 관한 법적 권한이 없다"며 창원시와 공단, NC 구단의 협의 하에 재개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창원시도 부랴부랴 다음날 "오는 18일 이후 NC 다이노스와 KBO 측에서 협의하면 경기가 치러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NC는 "임시 홈경기를 지원해주신 울산시에 대한 도리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난색을 드러냈다.
울산 문수야구장. /사진=양정웅 기자 |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연고지 이전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물론 현재로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울산시와 관계를 만드는 등 NC가 창원시 입장에서는 '잡은 고기'가 아니라는 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창원시도 재개장 발표 후 보완책을 발표했다. 창원시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창원NC파크에서 홈경기를 재개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에 대해 100만 창원시민·야구팬들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든 여건 속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NC구단 선수 및 관계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도 했다.
창원시는 "다시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창원특례시, NC구단, 창원시설공단 간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합동으로 시설물 안전점검 및 야구장 안전관리 매뉴얼을 구축하는 등 더욱 안전한 관람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시내버스 노선 변경, KTX 접근성 개선 대책 검토 등도 언급했다.
여기에 이번 창원NC파크 사고로 함께 주목받은 마산야구장의 시설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장 대행은 "NC 다이노스의 창원NC파크 복귀는 단순한 경기 재개를 넘어,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도시 창원의 상징적인 회복이라 생각한다"며, "창원특례시는 안전, 교통, 서비스 모든 면에서 구단과 팬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도시가 되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금용 창원시장 권한대행.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