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앞둔 오영국 핵융합연구원장 인터뷰
고온-고압서 원자핵 융합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
민간 기업 생태계 구축 등… 국가전략기술로 육성 필요
20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에서 만난 오영국 핵융합연 원장은 국내 핵융합 관련 기업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융합 상용화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융합은 원자핵이 고온, 고압 환경에서 합쳐지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반응이다.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와 같다.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한 국가는 아직 없다. 핵융합 에너지는 원자력 에너지에 비해 안전하고 태양광 에너지에 비해 24시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현재 핵융합 분야 선도국이다. 2007년 나이오븀틴 초전도자석으로 만들어진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케이스타(KSTAR)를 세계 최초로 독자 구축했다. 핵융합을 지구상에서 구현해 에너지 생산까지 이어가려면 섭씨 1억 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플라스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이온화 상태를 의미한다.KSTAR는 2018년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2020년에는 1억 도 운전 20초, 2021년에는 1억 도 운전 30초 등에 성공하며 핵융합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은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2045년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오 원장은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구글 등 민간 투자를 중심으로 2028년 핵융합으로 전기 에너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중국은 정부가 주도해 매년 핵융합 연구에 약 2조 원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탈탄소 시대,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핵융합 에너지 실현 가속화 전략’을 발표했다. 오 원장은 정부의 전략이 고무적이라면서도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핵융합이 포함되지 못해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 원장의 현재 고민은 국내 핵융합 기업 생태계 유지다. KSTAR 구축과 ITER 참여로 핵융합 관련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 170개가량 생겨났지만 한국의 ITER 납품이 거의 완료돼 일감이 끊기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는 2030년대 ‘혁신형 소형 핵융합로 장치’(가칭) 건설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감이 사라지면 기업과 축적된 기술 노하우가 사라지고 핵융합 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혁신형 소형 핵융합로 장치 건설을 민간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오 원장은 “잘 키운 핵융합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1호 핵융합 스타트업인 ‘인애이블퓨전’은 현재 400억 원대 규모의 해외 사업 수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핵융합 시장 규모는 2040년까지 약 8434억6000만 달러(약 1225조46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오 원장은 “AI 기술 발전으로 핵융합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AI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기에너지 수요가 커지면 전 세계가 핵융합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