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환자 치료 접근성 논의
대한혈액학회, 국제학술대회 열고, 이중특이항체 신약 급여 거부 지적
‘암질심’ 내 혈액암 전문의 6명 뿐
전문성 떨어지는 심사 구조 고쳐야
대한혈액학회는 혈액암 질환의 특수성을 반영한 급여 심사 기준 개선을 요구하며 현재 고형암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암질환 심의위원회’가 아닌 별도의 혈액암 전문 심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혈액학회는 지난달 27일 ‘2025년 대한혈액학회 국제학술대회(ICKSH 2025)’에서 국내 혈액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임호영 학술이사(전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혈액암 치료를 위해 개발된 이중특이항체 신약들의 급여 지연 현황을 지적했다.
임 학술이사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혈액암 치료제 개발의 흐름 속에서 건강보험 급여 지연으로 인해 다발골수종, 림프종과 급성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현저히 제한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며 “특히 반복적인 재발이나 불응성 질환 상태로 인해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제한돼 있는 환자에게 혁신 신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생존 기회를 위협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최근 개발된 이중특이항체 치료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상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신속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상 확증 임상시험의 부재와 장기 추적 관찰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해당 신약들의 급여 심사를 유보하고 있다.
기존 약제들과 확연한 치료 성적의 차이를 보여주는 새로운 기전의 혁신 신약들에 과거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게 경직된 접근으로 임상적 유용성과 미충족 의료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 심평원은 재발·불응성 림프종 치료에 컬럼비와 엡킨리,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에 텍베일리와 엘렉스피오 등 이중특이항체 신약들의 급여 신청을 모두 거절한 바 있으며 이 같은 결정은 항암제 급여 심사의 첫 단계인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이뤄졌다. 임 학술이사는 “다발골수종과 림프종에서 이중특이항체 치료제들은 기존 치료에 실패한 재발·불응성 환자에게 실질적인 생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 옵션”이라며 “그런데도 보험 급여가 지연돼 치료 접근성이 제한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이날 학회는 현 암질심의 전문성 부재와 목적을 벗어난 심사 행태도 지적했다. 임 학술이사는 “현재 암질심 위원은 총 41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 중 혈액암을 전문으로 하는 혈액내과 전문의는 단 6명에 불과하다”라면서 “고형암이 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 암의 종류에 따라 그 특성이 다르듯이 혈액암 또한 급성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만성 백혈병 등 각각의 병에 따라 치료 특성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성에서는 혈액암 질환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석진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은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 임상적 유효성을 평가하는 암질심이 본연의 역할을 잊고 비용과 경제성을 논하는 것 또한 전문성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엄연히 비용 효과와 경제성을 평가하는 다음 절차(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있는데 암질심에서부터 막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라고 부언했다. 김 이사장은 “기존의 통상적인 치료 결과에 비해 월등한 결과를 보이는 2상 임상시험 결과에 기반해 신속 허가를 받은 신약에 대해서는 그 허가 취지에 맞는 조속한 급여 등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해달라”며 “고형암 분야에서 각각 세부 암종별 전문성을 기반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듯 혈액암 역시 질환별 특이성을 고려한 전문적인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별도의 혈액암 전문 암질환심의기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급여 지연의 피해는 결국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가장 큰 고통으로 돌아온다”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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