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작가 토카르추크
국내 출판사와 대담집 계약
가자지구 출신 알카이시도
韓 독자들과 가장 먼저 만나
외서 번역해 소개하던 K출판
이젠 글로벌 오리지널 산실로
지금까지 해외 작가의 국내 책은 '외서 번역'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해외 출판사가 완성한 책을 한국 시장에 맞게 선별하고, 이를 번역해 시장에 내놓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출판계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출판사가 기획한 해외 작가의 글로벌 오리지널 도서'가 속속 출간되고 있다. 심지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신작까지도 한국 출판사가 '세계 최초'로 출간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한강 소설가의 노벨상 수상, K콘텐츠 전체의 신뢰도 상승, 번역 인프라 및 네트워크 축적, 국제문학상 수상 누적 등의 이유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출판계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출판계에 따르면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출판사 마음산책과 신간 대담집 '올가 토카르추크의 말'을 계약했다. 출판계 관계자는 "해외 인터뷰를 모은 책이 아니라 올가 토카르추크가 한국에서 새 책을 출간하는 것으로, 기존엔 외서의 한국 판권을 구매해 출간하는 정도였다면 이 책은 한국 독자를 위해 기획된 오리지널 한국판"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 소설가인 토카르추크는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 독점 계약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 측은 그의 작품 세계를 두고 "경계를 드나드는 일을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포착해낸, 백과사전적 열정을 지닌 서사적 상상력"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토카르추크와의 일문일답 형태의 대담으로 구성된 이번 책의 인터뷰어로는 토카르추크의 대표작을 꾸준히 한국어로 번역한 최성은 한국외대 폴란드학과 교수가 참여한다. 최 교수는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 '방랑자들'(2019), '태고의 시간들'(2019),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2020), '다정한 서술자'(2022), '기묘한 이야기들'(2024),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2025) 등을 번역했다. 두 사람은 단순한 친분을 넘어 오랜 시간 교류하며 신뢰를 쌓아온 문학적 동지에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에 출간돼 너른 호평을 받고 있는 산문집 '팔레스타인 번역가의 이중생활' 역시 책을 펼쳐보면 판권면에 적힌 문구가 독특하다. 보통의 경우 외서 번역본에는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모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됐다'는 내용이 담기는데, 이 책의 경우 저자 알라 알카이시와 출판사 글항아리가 직접 연락해 계약을 맺었기에 에이전시명이 없다.
이 책을 집필한 알라 알카이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의 번역가이자 연구자로, 미국의 시사주간지 '네이선'에 최근 에드워드 사이드와 가자지구에 관한 글을 실었고, 또 미국 문학 플랫폼 '리터러리 허브'에 예이츠와 관련된 에세이를 발표하는 등 떠오르는 유럽·미국에서 떠오르는 에세이스트로도 평가받는다.
이 출판사는 영국 더블린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알라 알카이시에게 직접 접촉했고, 이 과정에서 서제인 번역가가 가교 역할을 담당했다. 이로써 한국어 판본이 영문판보다 먼저 출간될 수 있었다. 책 '팔레스타인 번역가의 이중생활'은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문학을 번역하는 일이 세계의 고통을 증언하는 일임을 직접 겪은 아픔을 토대로 써내려간 책으로 출간 2주 만에 중쇄에 들어간 상태다.
최근 한일 양국에선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정수윤의 대담집 '말과 말의 술래잡기'가 각국 언어로 동시 출간되기도 했다.
사이토 마리코는 한강 소설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일본에 소개하는 등 한국 문학을 수십 년간 일본에 소개한 대표 번역가다. 정수윤 번역가는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이바라기 노리코의 '처음 가는 마을',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 다자이 오사무 전집, 다와다 요코의 소설을 한국에 소개한 바 있다. 두 번역가가 편지로 쓴 대담집은 한국 출판사 돌베개와 일본 출판사 이와나미쇼텐에서 지난달 공동 출간됐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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