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이유서 지각제출 패소'…재판소원 1호 인용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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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이유서 지각제출 패소'…재판소원 1호 인용 유력

입력 : 2026.06.16 17:56

재판소원제 시행 100일 앞둬
항소이유서 문제로 법원 혼란
헌법소원 결론도 조만간 날듯
본안 8건 중 5건은 절차 문제
재판관행 때문에 기본권 침해
성폭력·장애인 이동권 사건
헌재가 7·8호 사건으로 회부
법원 법 해석에 제동 가능성

사진설명

헌법재판소가 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첫 재판소원 인용 결정이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전망이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헌재가 심사해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 3월 12일 도입된 이후 곧 시행 100일을 맞는다.

헌재 안팎에서는 1호 인용 사건으로 '제출 기한을 넘긴 항소이유서로 인한 항소 각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가 비교적 이견이 적은 절차적 문제에서 시작해 추후 기본권 보호를 위해 법원의 법 해석에 본격 개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6일 헌재 등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항소이유서 지각 제출을 이유로 한 법원의 항소 각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3건의 청구를 첫 인용 사건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항소이유서는 항소심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 도입된 보조 수단일 뿐인데, 제출 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한 것은 과하다"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제출 기한을 넘긴 이유도 날짜 계산 시작일 착오 등 단순 실수일 뿐이란 주장이다.

민사소송법 402조는 항소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 기간 내에 내지 않으면 항소를 각하하도록 규정한다. 헌재는 이미 이 조항의 위헌성을 따지는 헌법소원을 심리 중이다. 혼선을 줄이기 위해 재판소원과 함께 결론을 낼 가능성도 있다.

헌재 관계자는 "항소이유서 문제는 하급심 법원에서 계속 혼란이 발생하고 있고, 관련 법 자체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도 이미 들여다보고 있다"며 "절차적 문제인 만큼 다른 사건들보다 결론을 내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도입된 3월 12일부터 이날까지 983건의 재판소원 청구를 접수했다. 이 중 736건 이상이 사전심사부 단계에서 요건 미비를 이유로 각하됐다. 8건만이 본안심사 단계에 돌입했다. 이 중 3건이 항소이유서 문제일 정도로 헌재에서는 사건을 비중 있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헌재 관계자는 "재판소원은 기본권 침해를 막자는 취지인 만큼 첫 인용은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 같다"며 신속한 결론을 시사했다.

헌재가 전원재판부에 회부한 8건 중 5건이 재판 관행을 비롯한 절차적 문제다. 첫 회부 사건인 녹십자의 '백신 담합' 사건은 대법원이 본안 심리 없이 항소심 판결대로 확정 짓는 심리불속행 기각 때문이다.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의 결론이 다른데도 판결 이유를 밝히지 않고 기각하는 관행이 문제가 됐다. 항소이유서 사건 중 1건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형사사건의 참고인에게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은 사건도 본안 심리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압수수색 영장을 교부하는 대상은 피의자로 한정되지만,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을 받을 때 이 같은 기본권 보호 절차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헌재는 최근 7·8호 사건으로 성폭력과 장애인 이동권 사건을 회부하며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 보호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절차적 문제 시정을 넘어 법원의 법 해석에 본격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75차례나 밝혔는데도 유사강간한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버스에 탑승설비를 설치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얻어냈지만, 파기환송심이 이를 7개 노선으로 제한해 판결한 것도 장애인 이동권 침해라며 재판소원이 접수됐다.

재판소원이 최종 인용돼 재판이 취소되더라도 법원이 같은 판결을 고수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헌재의 재판 취소 취지에 따라 다시 심리를 하더라도 같은 결론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의 재판소원 각하, 본안 회부 결정만으로도 일선 법원에서 재판 당사자들이 기본권 보호를 주장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영향을 주고 있다"며 "명백히 재판 취소 취지에 따르지 않는 법원 판결은 또다시 재판소원 대상이 돼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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