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에 '스마트공장'…금호타이어, 슈퍼사이클 타고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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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가 이르면 2028년 전남 함평에 타이어 제조공장을 세운다. 지난 5월 화재로 소실된 광주공장 문을 닫고 함평에 새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건설비는 화재보험금 5000억원과 광주공장 부지 매각 대금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함평에 '스마트공장'…금호타이어, 슈퍼사이클 타고 질주

3일 광주시와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이달 중순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광주공장 화재 수습 로드맵’을 발표한다. 광주공장은 올해 5월 화재로 2공장(24만㎡)의 58.7%(14만955㎡)가 불에 타 가동이 중단됐다. 새 공장은 함평군과 광주시에 걸쳐 있는 빛그린산업단지에 50만㎡ 규모로 들어선다. 연간 생산 규모는 광주공장(연 1200만 개)과 비슷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허가권자인 광주시는 광주공장 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광주공장이 요지인 KTX 송정역 인근에 있는 만큼 상업용지로 변경되면 개발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광주시는 교통영향평가 등 각종 행정 절차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공장 이전을 돕기로 했다.

금호타이어는 이르면 2027년 초 함평공장 착공에 들어가 2028년 초 완공한다.

50년된 광주공장 노후화에 민원↑…"화재 이후 재건보다 이전이 낫다"
광주시, 용도 변경 등 전폭 지원

타이어업계에 슈퍼사이클이 찾아온 건 2020년이다. 전기차 시장이 열린 데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성시대가 오면서 값비싼 타이어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타이어를 만드는 족족 팔려나가자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매출(4조5322억원)은 4년 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고, 같은 기간 44억원 영업적자에서 5886억원 영업이익으로 돌아섰다.

지난 5월 일어난 광주공장 화재에 “금호타이어 실적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 이유다. 실제 그랬다. 광주공장 생산량이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데다 다른 공장도 ‘풀 가동’ 중이어서 대체 생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의 선택은 광주공장을 재건하는 대신 전남 함평에 새 공장을 짓는 것이었다. 50년 전 세운 낡은 공장을 새단장하느니 함평에 최신식 스마트 팩토리를 지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광주시, TF 꾸려 행정 지원

금호타이어는 2019년부터 광주공장을 함평으로 옮기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광주공장이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탓에 민원이 끊이지 않는 데다 1976년 준공돼 시설과 설비가 노후해서다. 지난해 10월에는 새 공장 부지 매입도 끝냈다.

그러나 이전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광주공장 부지에 대한 광주시의 용도변경 허가가 늦어져서다. 현행법상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땅은 용도변경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공업용지인 광주공장 부지를 상업용지로 바꾼 뒤 매각해 이전비용 1조2000억원을 충당하려던 금호타이어의 계획은 공중에 붕 떴다.

함평 공장 이전 프로젝트만 놓고 보면 광주공장 화재는 악재가 아니라 호재가 됐다. 광주공장이 문을 닫은 만큼 용도변경이 가능해져서다. 인허가권자인 광주시로서도 함평 이전은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도심 한복판을 차지한 타이어 공장이 사라지면 각종 민원도 없어질 뿐 아니라 광주송정역 일대 개발도 가능해져서다. 함평공장 부지를 광주공장과 19㎞ 떨어진 곳에 마련한 만큼 광주시민 고용도 그대로 유지된다. 지방세는 함평군으로 넘어가지만 연간 100억원 미만에 불과해 광주시로선 큰 타격은 아니다.

광주시가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에 ‘패스트 트랙’ 제도를 적용하기로 한 배경이다. 이렇게 되면 지구단위계획, 환경영향평가, 건축심의 등의 행정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 지난 3월 복합쇼핑몰 ‘더현대 광주’는 인허가 절차가 19개월에서 11개월로 단축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이전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럽 신공장 부지는 폴란드 유력

업계에선 금호타이어가 이르면 2027년 초에 함평 공장 착공식을 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사에 1년가량 소요되는 만큼 2028년 초에는 가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변수는 광주공장 부지를 매입할 사업자가 언제 나타나느냐다. 시장에선 워낙 시장성이 높은 땅인 만큼 여러 사업자가 손을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유럽 신공장 건설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는 한국(3개) 중국(3개) 미국(1개) 베트남(1개) 등 4개국에서 8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 생산시설이 없다 보니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고향에 신차용 타이어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 유럽 공장이 들어설 곳은 폴란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는 값비싼 전기차 타이어와 SUV용 타이어 판매가 급증한 데 힘입어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인 4조5381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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