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캐릭터 창조한 한국 작가, 서울 한복판에 '푸른 사슴'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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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감독 출신 에릭 오 작가가 3일 서울 한남동 헬리녹스 HCC 서울스토어에서 열린 ‘더 블루 디어 스토리’행사에서 자신이 창작한 헬리녹스의 브랜드 캐릭터 '헬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은정진 기자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 에릭 오 작가가 3일 서울 한남동 헬리녹스 HCC 서울스토어에서 열린 ‘더 블루 디어 스토리’행사에서 자신이 창작한 헬리녹스의 브랜드 캐릭터 '헬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은정진 기자

“‘헬리’는 단순히 헬리녹스라는 회사 브랜드를 홍보해주기 위해 만든 회사 마스코트가 아닙니다. 어떤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언젠가 이 캐릭터에 제 이야기를 담아 긴 호흡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생각입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Pixar)에서 감독으로 활동한 에릭 오(한국명 오수형) 작가가 3일 서울 한남동 헬리녹스 HCC 서울 스토어에서 진행된 ‘더 블루 디어 스토리’행사에서 “헬리녹스라는 제품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가 캐릭터로 전하고자하는 메시지와 일치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시작했다”이 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아웃도어 의자 브랜드인 ‘헬리녹스’의 첫 캐릭터 ‘헬리’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헬리는 오 작가가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암울해했던 2021년 라영환 헬리녹스 대표와 의기투합해 4년만에 선보인 브랜드 캐릭터다.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 에릭 오 작가가 3일 서울 한남동 헬리녹스 HCC 서울스토어에서 열린 ‘더 블루 디어 스토리’행사에서 자신이 창작한 헬리녹스의 브랜드 캐릭터 '헬리'의 초기 스케치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은정진 기자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 에릭 오 작가가 3일 서울 한남동 헬리녹스 HCC 서울스토어에서 열린 ‘더 블루 디어 스토리’행사에서 자신이 창작한 헬리녹스의 브랜드 캐릭터 '헬리'의 초기 스케치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은정진 기자

국제무대에 알려진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어온 그가 갑작스럽게 헬리녹스라는 국내 기업의 브랜드 캐릭터 제작에 참여했다는 말에 조금은 의아했다. 그동안의 커리어와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대목이다. 그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함께 있지도 못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슬픔에 빠져있는 시기였다”며 “그럴 때일수록 자연 속으로 들어가 호흡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어떤 개체에 집중했는데 마침 라영환 헬리녹스 대표와 의기투합하면서 4년만에 푸른 사슴 헬리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에릭 오 작가는 픽사 에니메이션 스튜디오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다. 서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영화&디지털 미디어 석사를 받았다. 2010년 부터 2016년까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작품인 ‘인사이드 아웃’과 ‘코코’ 등 다수 대표작에 참여해 주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특히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에선 문어 ‘행크’ 캐릭터를 창조한 주인공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라영환 헬리녹스 대표(왼쪽), 안드레아 블라직 조형 작가(가운데),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 에릭 오 작가가 3일 서울 한남동 헬리녹스 HCC 서울스토어에서 열린 ‘더 블루 디어 스토리’행사에서 헬리녹스의 브랜드 캐릭터 '헬리'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은정진 기자

라영환 헬리녹스 대표(왼쪽), 안드레아 블라직 조형 작가(가운데),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 에릭 오 작가가 3일 서울 한남동 헬리녹스 HCC 서울스토어에서 열린 ‘더 블루 디어 스토리’행사에서 헬리녹스의 브랜드 캐릭터 '헬리'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은정진 기자

2021년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자신이 만든 ‘오페라’로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계 에릭 오 감독을 포함해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른 한국계 감독은 역대 총 3명에 불과하다.

왜 사슴이라는 캐릭터였냐는 질문에 그는 “사슴은 귀엽고 온순하지만 한편으로는 단단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동물”이라며 “낮과 밤이 하나돼 있는 어떤 공간에 온 자연의 정령 같은 신적인 캐릭터와 변치 않는 가치를 만들어내겠다는 헬리녹스 이미지와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헬리의 청동상 제막식도 함께 열렸다. 청동상은 디즈니, 드림웍스, 픽사 등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30여 년간 활동하며 ‘미키 마우스’부터 ‘스파이더맨: 스파이더 버스’까지 다수의 캐릭터를 실물로 조형화한 안드레아 블라직 작가가 제작했다.

안드레아 블라직 작가가 제작한 헬리녹스의 캐릭터 '헬리'의 청동상 제막식이 3일 서울 한남동 헬리녹스 HCC 서울 스토어 앞에서 진행됐다. 은정진 기자.

안드레아 블라직 작가가 제작한 헬리녹스의 캐릭터 '헬리'의 청동상 제막식이 3일 서울 한남동 헬리녹스 HCC 서울 스토어 앞에서 진행됐다. 은정진 기자.

오 작가는 캐릭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언급했다. 밝음과 긍정의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 헬리에 이어 그 반대 성격을 가진 어둠의 캐릭터 ‘녹스’를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그는 “어둠은 부정적인게 아니라 또다른 시작의 준비 과정”이라며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태양의신인 헬리우스와 밤의 신인 녹스를 합성해 만든 브랜드인만큼 음양의 조화와 균형을 생각한 순환적 구조 속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고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작가는 캐릭터 창조와 함께 헬리라는 큰 세계관 안에 일상을, 또 힐링의 가치를 담은 여러가지 스토리들도 이미 만들어 놨다. 그는 “단순한 브랜드 캐릭터로 남기기 보다는 언젠가 헬리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나올거라 믿고 아티스트로서 준비할 생각”이라며 “진실된 제 이야기를 하면 다 따라온다고 믿는다. 궁극적으로 헬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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