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은행이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통해 예금토큰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은행과 금융그룹은 물론 편의점 기업까지 참여시키며 활용 범위를 넓히려 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정체된 사이, 보다 현실적이고 안전한 디지털 지급 수단으로 예금토큰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다만, 1차 프로젝트에서 이미 확인했듯 기술적 가능성과 별개로 ‘사용할 이유’가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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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BGF리테일, 하나은행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반 예금 토큰 실증 사업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서 협력하기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은은 지난주 신한금융그룹, 기업은행-GS리테일과도 MOU를 체결했으며, 이번주에는 KB금융그룹과도 업무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사진= 하나은행) |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전환해 결제·송금에 활용하는 개념이다. 기존 계좌 기반 지급결제 시스템과 달리 지급 조건을 걸어놓는 등의 프로그래머블 결제나 실시간 정산, 중개기관 축소 등 다양한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송금의 경우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신속하고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활용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이러한 장점이 아직 일반 사용자에게 폭넓게 체감되는 효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내 지급결제 환경은 이미 상당히 고도화돼 있다. 간편결제와 실시간 계좌이체 시스템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소비자가 굳이 예금토큰이라는 새로운 수단을 선택해야 할 유인은 크지 않다. 해외 송금 역시 핀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비용과 속도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결국 예금토큰 실험의 성패는 ‘차별적 가치’를 얼마나 명확하게 제시하느냐에 달렸다. 단순히 기존 결제를 디지털화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시스템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조건부 자동 결제(Smart Contract)’ 기능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자동화된 정산, 거래 데이터와 결제의 결합 같은 프로그래머블 기능은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 실질적인 효용을 창출할 수 있다. 이번 2차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인 국고금 관리 사업에서도 국가 보조금이 교육이나 건강식품 구매로만 사용되게 하거나, 중고 거래 시 물품 수령이 확인되는 즉시 대금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일반 사용자로 범위를 확대하면 참여 생태계 설계도 중요하다. 이번 2차 프로젝트에서 편의점 기업까지 포함시킨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단순 가맹점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편의점에서 예금토큰을 사용할 경우 소상공인인 점주들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돼 좋지만 소비자들은 다른 결제 수단 대신 예금토큰을 쓸 유인이 없다. 플랫폼 기업, 전자상거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등 다양한 플레이어가 참여해 실제 사용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해외 송금 분야에서는 타국 중앙은행 또는 금융기관과의 연계 없이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국내 실험’에 머무르지 않는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강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한국형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성공 여부는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사용 이유’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만들어내느냐에 있다. 이제는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 ‘왜 써야 하는가’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4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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