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발 물러선 것일까. 결과적이긴 하지만, 걸그룹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격 합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는 어도어가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 3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법정에는 양측 변호인단이 참석했다.
예정대로 이날 변론은 양측의 전속계약 유효 여부를 놓고 긴 시간의 PT 구두 변론이 예정돼 있었고 먼저 시작한 어도어는 30여분을, 뉴진스 측은 약 1시간 가까이 변론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추가 반박 변론이 오고가며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변론이 마감됐다.
일단 2시간에 걸친 양측의 변론을 모두 들은 재판부의 다음 재판은 다소 놀랍게도 조정기일이었다. 8월 14일로 날짜를 확정했고 중대한 사안인 만큼 비공개로 진행하며 "실제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좀 나와야 될 것 같다"라며 뉴진스 멤버들의 참석도 요청했다.
이 조정기일의 결과에 따라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변론이 종결된 만큼 판결선고기일로 넘어가게 된다. 재판부는 "아무리 빨라도 선고는 10월 30일"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양측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뉴진스 측이 어도어의 구두 변론 시작도 전에 문제의 '민희진 카톡'의 위법 증거 이슈로 다시금 이의제기를 했지만 재판부는 변론권 보장을 근거로 일축하기도 했고, 어도어는 "뉴진스가 데뷔 2년 만에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했고 배후에는 민희진이 있다"라고 주장한 반면 뉴진스 측은 "하이브의 민희진을 향한 보복성 감사가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라고 응수했다.
어도어 측은 "210억을 투자했고 뉴진스를 전폭 지원했다. 데뷔 앨범에만 70억원, 뮤비에만 20억원을 지원했다. 하이브도 적극 지원했다. 이에 힘입어 뉴진스는 폭발적 성공을 거뒀고 재판부도 이를 인정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럼에도 이뤄진 뉴진스의 일방적인 계악 파기는 전속계약을 위배하는 행위이며 재판부도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라며 "연예활동 독점에 대한 생각이 변심의 이유가 될수 있다. 민희진의 탬퍼링도 있었다. 3년 전부터 뉴진스 빼가기를 시도했다"라고 밝혔다.
어도어 측은 준비한 PT를 통해 민희진의 '뉴진스 빼가기' 관련 카톡 내용을 상당 부분 공개하고 "뉴진스 엄마들의 항의서 메일을 작성하도록 했다. 어도어 앞으로 보내라고 지시하며 전속계약 파기를 위해서라고 지시했고 보냈다. 전속계약 유예 기간까지 고려하는 치밀함을 보였으며 '증거가 없다'라며 자신감도 보였다"라며 "항의서 메일 내용의 느낌도 모 멤버 아버지가 표현한 내용의 느낌으로 하라고도 지시했다. 어도어와 하이브의 시정이 아닌 전속계약의 파기를 위한 억지 명분을 만들어갔고 여론전을 위한 7개 내용도 만들었다. 이후 7개월여 동안 여론전을 실시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속계약 파기의 배후에는 민희진이 있다. 이에 따라 뉴진스 부모님도 여론전에 참여했다. 라이브 방송과 국회 출석의 배후에도 민희진이 있다"라고도 했다.
어도어 측은 "연예활동 기회 제공과 정산을 너무 잘해줬다. 어도어의 뉴진스를 향한 신뢰도 깨져있지 않다. 재판부도 뉴진스의 주관적 시각으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했다"라며 "'뉴 버리고 새판 짠다'로 불리며 하이브가 뉴진스를 버린다는 주장도 명백한 사실오인이며 민희진 역시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다가 1년 5개월 전에 작성된 관련 리포트를 갖고 억지 명분 여론전을 펼쳤다"라고 말했다.
아일릿 매니저의 '무시해'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어도어 측은 "전속계약 해지 사유도 아니고 CCTV 삭제도 할 이유가 없으며 30일 기간이 지나 삭제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어도어 측은 "이후 어도어가 시정 답변을 보냈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민희진은 퇴사했으며 이후 뉴진스는 전속계약을 파기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배후가 민희진"이라며 "민희진의 행태에 동조하는 뉴진스의 행위도 계약에 위반된다. 실패의 리스크는 소속사에 떠넘기고 성공의 과실은 독식하겠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뉴진스 측은 "경영권 찬탈이라며 '뉴진스 빼가기'를 언급했는데 감사 또는 해임의 사유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으며 업무상 배임이 주였다. 그 와중에 뉴진스의 이의제기는 가장 큰 피해를 봤다. 경찰은 이후 민희진의 배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희진 감사 및 해임 시도가 잘못된 전제였으며 민희진 축출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어도어는 과거의 성공을 거둔 어도어가 아닌 하이브 직원들이 장악한 어도어다. 대단한 지원과 배당을 했다고 하지만 민희진이 대표일 때의 일이다"라며 "더이상 신뢰할 수 없기에 지금의 어도어로 갈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뉴진스 측은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이 나올 상황도 분명 있다. 3년 터울의 두 걸그룹 기획안이 똑같다는 게 우연일까요?"라고 반문하고 "이후 모 멤버 엄마의 카피 관련 의혹 제기가 있었고 결국 민희진이 빌리프랩에 문제제기를 했더니 바로 경영권 찬탈이라며 하이브가 감사에 나선다. 의혹 제기 6일 만으로 보복성 감사다. 그 원인으로 제기한 내용이 모두 불송치 결론이 났다. 분명한 목적을 갖고 결론을 내린 감사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진스 측은 "민희진 카톡 내용은 장난처럼 할수 있는 사적 내용인데 경영권 찬탈이라며 감사했다"라며 "경영권 찬탈 프레임이 허위 프레임이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하이브 방시혁 4000억 부정거래, BTS 군입대 미공개 정보 유출 관련 기사가 다 합쳐봐야 120여건인데 뉴진스 컴백을 앞두고 감사 관련 기사만 1700여건이 나왔다"라고도 언급했다.
이후 뉴진스 측은 뉴진스 멤버 하니가 아일릿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말을 들었다는 주장에 대해 "들어갈 때 영상은 있는데 나올 때 영상은 왜 지워졌을까요. 마치 하니가 거짓말쟁이가 됐고 이를 바라본 멤버들의 심정은 어떨까"라며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기는커녕 거짓말쟁이로 취급하는 소속사로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느냐"라고 항변했다.
뉴진스 변호인은 계속 항변을 하면서도 "멤버들이 끊임없이 요구해 온 것은 2024년 4월 이전의 어도로 돌려달라는 것이며 무조건 어도어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하니 '무시해' 논란과 아일릿 표절 이슈 등을 재차 근거로 "뉴진스 멤버들이 왜 이런 상황에까지 몰리게 됐는지, 지금 멤버들의 감정이 어떠한지를 설명하려면 민희진을 빼고 얘기할 수가 없다"라고도 언급했다.
뉴진스 변호인은 어도어보다 30여분 가량 구두 변론에 시간을 할애하며 하이브가 뉴진스를 곱지 않게 보고 있으며 민희진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보복 감사로 맞받아쳤다는 걸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여러 비유적인 표현도 나왔다.
"휴대폰 기기는 같지만 유심을 바꿔 끼면 그 휴대폰은 내가 아끼고 사용하던 그 휴대폰이 아닙니다."
"오빠가 여동생을 때리는데 오히려 '집 안이니까 네가 참아'라며 '네가 맞을 짓을 했나보네'라며 보호해주지 않는 상황인 겁니다."
"어느 유능한 장수가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서 인기가 높아지면 국민들이 장수를 따르게 되는데 왕은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워지게 되고 그러다 그 장수가 왕에게 직언을 하니까 역모를 꾸몄다며 목을 베어버린 격입니다."
"마치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다시 가해자가 있는 학교로 돌아가서 견디라는 말과 같습니다."
"아내가 남편 얼굴만 봐도 화가 나고 토할 것 같은데 법원이 '남편이 널 사랑하잖아, 그냥 살아'라고 할수 있습니까?"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아빠가 홈스쿨링을 하던 엄마를 내쫓아서 자녀들도 집을 나갔더니 아빠가 '싸우는 거 신경쓰지 말고 들어가서 공부나 해'라면서 '더 좋은 엄마 붙여줄 테니까 들어와'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후 어도어 변호인단은 "어도어로부터 괴롭힘과 핍박을 당했다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적어도 어도어로부터 도대체 무슨 괴롭힘을 받았다는 건지, 무슨 핍박을 받았다는 건지 설명을 해야 되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막연히 이런 얘기를 하는 거는 억지 프레임"이라며 "민희진의 보복 감사 주장도 성립되려면 예를 들어 뉴진스 표절 이슈에 대해 하이브에 항의를 해보자는 항의 관련 자료라도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고 전속계약 파기를 위해 억지 명분을 만들기만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을 통해 조건부 어도어 복귀 의사를 언급했다는 점 자체만으로 계약 파기를 계속 외쳤던 뉴진스의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인지에 대한 여러 설왕설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물론, 민희진 감사권 발동 이전의 어도어로 회귀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게 점쳐지기에 여전히 조정불성립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첨예한 대립각을 마치면서도 조정을 열어달라고 요청해 이를 이끌어낸 뉴진스 멤버들이 조정기일에서 원하는 결론을 얻어낼 지 주목된다. 정말 어도어로의 복귀를 위한 것인지, 어도어를 향한 다른 속내가 있는 건지는 조정기일이 돼봐야 알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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