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참석을 통해 외교 무대에 데뷔한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초반 산적한 외교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전격적인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한미 간 통상협상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소위 ‘온라인플랫폼법’이 비관세 무역장벽의 하나로 양국 협상에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 소상공인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온라인플랫폼법은 2021년부터 논의가 계속돼 왔으나,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그동안 진척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입법권까지 확보한 이번 정부에서 관련 입법의 추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온라인플랫폼법 입법을 지속적으로 검토했고, 이는 대통령 공약집에도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당시 발표한 공약집에 온라인플랫폼법의 주요 쟁점인 시장지배적 사업자(독과점 사업자) 사전 지정 및 불공정행위(갑을관계) 규제 강화를 모두 담았다.특히, 시장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은 ‘사후 규제’와 달리 매출, 거래금액, 시장점유율, 월평균 이용자 등을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제도로, 구글, 애플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 다수가 이에 해당되는 터라 미국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행정부와 입법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이 미국 기업만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한미 양국 관계에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소지도 있다”라고 비판했다. 미국 서비스산업연합(CSI)도 이 법안이 미국 기업에만 과도하게 적용된다고 지적하면서, 무역대표부(USTR)를 향해 한국 정부에 대한 규제 철회를 공식 요청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미국 의회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공화당 캐럴 밀러(Carol Miller) 하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법안을 시행할 경우 미국 정부가 보복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무역집행법’을 지난달 발의했다. 이어 최근 한 기업인 모임에서는 “한국의 새 정부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는 막대한 벌금과 사무실 압수수색을 가하는 디지털 규제 법안을 추진하면서도 중국 디지털 대기업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미국 정보기술업계를 대표하는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도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는 현재의 90일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외교적 도구로 활용해 디지털 경쟁 규제를 미국 기준에 맞춰 조정하고, 플랫폼법 같은 차별적 법안 추진을 중단하라”라고 촉구하는 등 미국 조야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대통령 임기 초 동력이 충분할 때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자 하는 새 정부의 입장과 미국 조야의 반발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향후 전개 과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런 가운데 향후 온라인플랫폼법 입법 방향에 대해 법무법인 율촌이 전망한 바가 있어 시선을 끈다.
율촌은 대통령 당선 직후 새 정부 정책이 기업에 끼칠 영향을 전망한 보고서에서, “공정경제 실현과 소상공인 보호는 새 부와 여당의 핵심 정책 기조인 만큼, 대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도, “미국 정부, 의회의 강한 반발이 국내 입법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 미국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 사전 규제’는 사회적 합의의 형식으로 입법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