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큐비트 나침반으로 양자 시대를 개척하라
2. 양자컴퓨팅, 왜 ‘지금’인가?
3.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는 양자 센서
4. 양자 기술의 위협을 해소하는 양자 보안
울산에서 시작된 질문 - 왜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따라 이동하는가?
2025년 6월, AWS(아마존웹서비스)와 SK그룹이 7조 원을 투자해 울산에 국내최대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울산이 선택된 배경은 풍부하고 안정적인 전력 수급, 인허가의 유연성, 산업단지 연계성 등으로 요약된다. 초거대 AI는 성능 못지않게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며, 이러한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는 AI 기술은 이제 입지 조건까지도 바꾸고 있다.현재 사용되는 GPT-4 훈련에는 약 50GWh의 전력이 필요했으며, 이는 소규모 도시 한 곳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또한 ChatGPT 하나의 질의응답이 구글 검색보다 10배 많은 전력을 소모함으로, AI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이 기술을 뒷받침할 에너지 인프라는 점점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정부는 ‘AI 데이터센터 고속도로’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 수급이 원활한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AI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기술 혁신의 중심지가 ‘전력 공급이 풍부한 곳’으로 제한되는 새로운 지정학적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이런 전력 수급 문제가 오히려 양자컴퓨팅 기술 발전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울산의 사례와 정부의 AI 데이터센터 고속도로 구상은 단순한 투자나 정책을 넘어, 현재의 지역적 제약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향후 양자기술이 이런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와 AI, 두 기술의 ‘협력 진화’
AI가 양자의 아킬레스건을 치료한다
양자컴퓨팅은 오류율이 상용화에 제약이 되지만, AI 기반의 에러 보정 알고리즘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딥러닝을 통해 오류 패턴을 감지하고 보완하는 방식이 양자의 실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구글의 초전도 양자 프로세서인 ‘시카모어(Sycamore)’에 사용된 기계학습 기반 오류 보정은 기존 방식보다 30% 이상 효율성을 개선했다. AI가 양자의 ‘아킬레스건’을 치료하고 있는 셈이다.
AI와 양자가 함께 풀어가는 고차원 문제
복잡한 최적화 문제, 신약 설계, 기후예측, 금융 리스크 모델링 등은 AI와 양자가 결합할 때 극적인 시너지가 발생한다. AI는 방대한 후보군을 필터링하고, 양자는 병렬적인 고차원 계산으로 그 정확성을 확보한다. 신약개발 영역이 대표적 사례다. 기존 신약개발은 평균 15년, 30억 달러(한화 약 4조 10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AI가 후보물질을 선별하여 이 기간을 5-7년으로 단축하면, 양자컴퓨팅은 분자 시뮬레이션을 정밀하게 수행해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로슈(Roche)와 케임브리지 퀀텀 컴퓨팅(Cambridge Quantum Computing)의 협력 프로젝트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양자-AI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활용해 기존 대비 40% 빠른 성과를 거두었다.양자가 AI의 에너지 한계를 돌파한다
초거대 AI 모델은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수십~수백 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모델들이 매일 수억 번의 추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반면 양자컴퓨팅은 기존 슈퍼컴퓨터 대비 계산 복잡도 측면에서 월등히 효율적이며, 고효율 연산으로 AI의 에너지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쇼어 알고리즘은 대수 암호를 해독하는데 기존 컴퓨터가 수천 년 걸릴 문제를 몇 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압도적 효율성 때문에 전력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양자기술 개발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에너지 문제가 기술 발전의 병목이 아니라, 오히려 혁신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AI가 오늘의 혁신을 주도한다면, 양자는 내일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전력 위기가 가속화하는 ‘양자 혁명’
AI와 양자는 이제 경쟁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파트너다. ‘AI가 끌고, 양자가 민다’는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기술과 산업 전략의 방향성을 함축한다. AI가 시장 수요를 창출하고 기술 발전을 견인한다면, 양자는 그 한계를 뛰어넘을 근본적 해법을 제공한다. 현재 AI 인프라는 전력 공급지를 따라 이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지만, 양자컴퓨팅이 상용화되면 동일한 연산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어 이런 지역적 제약이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한편 이러한 에너지 인프라 확보의 절박한 현실이 양자기술의 상용화 시점을 급격히 앞당기고 있다. AI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수록 양자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IBM이 2030년까지 실용적인 양자 우위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력 위기라는 외부 압력을 고려하면 이 시점은 2025-2027년까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양자-AI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구축되면 현재 풍부한 전력 공급지역에만 집중된 AI 허브의 지정학적 제약이 사라지고,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도 에너지 효율적인 양자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중심지로 재부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는 글로벌 기술 패권 구조도 바꿀 것이다. 현재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공급 능력이 뛰어난 일부 지역에 집중되고 있지만, 양자기술이 보편화되면 지리적 제약 없이 어디서든 최첨단 AI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기술 소외 지역이었던 곳들이 하루아침에 기술 선진 지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결국 현재의 전력 위기는 양자기술 혁명을 촉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 AI가 만든 에너지 갈증이 양자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이끌고, 이를 통해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 생태계가 탄생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양자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력 위기라는 도전이 양자 혁명이라는 기회로 전환되는 역사적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오득창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LG전자에서 23년간 기술/사업개발 분야에서 역량을 쌓았고, 블루오션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후 민간 액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 부사장, 계명대 핀테크비즈니스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기술 기반 창업 생태계 조성과 퀀텀테크 스타트업 육성 전문가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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