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을 계기로 촉발된 한미 간 대북정보 공유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해당 발언의 근거로 거론된 미국 연구기관 보고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 뉴스1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21일(현지 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CSIS는 구성 핵시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적 없다”며 “사실을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정 장관이 “CSIS 보고서 등에서도 구성 핵활동이 제기됐다”고 언급한 데 대해 정면 반박한 것이다. CSIS는 지난해 구성 용덕동 시설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다만 해당 보고서는 우라늄 농축시설이 아니라 핵무기 기폭장치 실험 가능성을 다룬 것으로 우라늄 농축시설 존재를 확인한 보고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장관이 이를 ‘우라늄 농축시설 근거’로 인용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설명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논란은 정 장관이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 핵시설로 영변·강선과 함께 ‘구성’을 지목하며 “우라늄 농축시설이 가동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미국은 해당 발언이 자국 제공 정보에 기반했을 가능성을 문제 삼고, 일부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 당국은 대북 정보 유출에 대한 보안 조사를 실시했으나 정보 유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 전반을 조사했지만 유출 흔적은 없었다”며 “정보 공백 없이 다른 수단으로 보완 중”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구성시 핵시설’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04.20.서울=뉴시스
정 장관은 논란과 관련해 전날(20일) “지난해 7월 14일 인사청문회 때도 구성을 언급했다”며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을 설명한 것일 뿐 정보 유출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당시 청문회에서도 북한 핵시설 현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현재 우라늄 시설도 돌아가고 있다. 영변에 한 군데 더 짓고 있다. 구성, 강선에 있다”라고 발언하며 구성 지역을 우라늄 시설과 함께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정 장관이 사전 공개 정보에 근거한 발언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해당 근거로 제시된 해외 보고서의 해석을 두고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구성 지역은 핵 관련 활동 ‘가능성’이 제기된 수준에 머물러 왔다는 평가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보고서와 CSIS 분석 등은 해당 지역을 원심분리기 개발 또는 핵무기 설계 관련 시설 후보지로 언급하면서도, 현재 가동 중인 우라늄 농축시설로 단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