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밤중에 김문수 당 대선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후보를 교체하는 절차를 강행한 데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새로 당 대선 후보로 등록한 한 전 총리와 당 지도부에 동반 사퇴하라는 요구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의 자격을 박탈한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오늘 새벽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국민과 당원의 민주적 선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상 초유의 쿠데타를 자행했다”며 “비대위는 부적합한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비대위를 포함한 (당) 지도부 전원과 한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이번 사태를 ‘날치기,’ ‘대국민 사기극’ 등으로 표현하며 당 지도부를 향해 “민심을 거스르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탐욕에 대한 정치적, 법적 책임을 분명하게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선거를 돕는 해당 행위”이며 “위헌 위법적 비상계엄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 전 총리를 친윤계에 유리한 후보로 내세운 결정은 당에 대한 자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김 후보 측과 한 전 총리 측 간 단일화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이날 자정부터 새벽까지 비대위와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김 후보 대신 한 전 총리를 대선 후보로 다시 선출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불법, 부당한 후보 교체”라고 반발하며, 법원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취소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이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 지도부의 후보 교체 강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후보 교체 막장극을 강력 반대한다”는 글을 올려 “부끄럽고 참담하다. 당 지도부는 당원들과 국민들이 잠든 한밤중에 기습 쿠데타처럼 민주적으로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를 취소시키고, 새 후보를 추대하는 막장극을 자행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지금까지의 경선 과정을 인정하고 정상적인 후보 단일화 과정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의 대선 후보 교체에 반대하는 글 여러 개를 잇달아 올리며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친윤들이 보수를 망치고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하고 있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세운 후보가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라며 “비정상적 교체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등록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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