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원리금 300만원” … 2030 영끌족도 가계빚에 '뒷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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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08 07:00 수정2025.04.08 07:00

”한달 원리금 300만원” … 2030 영끌족도 가계빚에 ‘뒷목’

“결혼하고 직장 출퇴근에 아이 생각까지 하니 무리해서라도 서울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 가격을 보고 대출받을 걸 생각하니 한 달에 300만원이나 원리금을 내야 하고 눈앞이 캄캄하네요.”

지난해 말 서울 강서구의 아파트를 매매한 30대 직장인 이모(37) 씨는 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출 걱정이 크다. 부부가 이른바 ‘영끌’에 나서 집값을 마련했지만, 매월 내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300만원이 넘어 맞벌이마저 빠듯하단 설명이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걸려 있다. 뉴스1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걸려 있다. 뉴스1

그나마 맞벌이 부부인 이 씨의 경우는 나은 편이다. 혼자 서울 아파트를 사기 위해 ‘영끌’에 나섰던 2030 중엔 높아진 대출 이자에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젊은 인구의 가계 빚 부담이 늘어나면서 정부는 오는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영끌을 준비 중인 2030의 고민은 더 커질 전망이다.

2030 가계 빚 1인당 7400만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9553만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2030 세대의 1인당 평균 은행 가계대출은 7436만원을 넘어섰다. 전년(6999만원)보다 437만원 늘어난 사상 최고치로, 그만큼 2030의 빚 부담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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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의 빚은 크게 늘었는데, 같은 시기 50대는 1인당 평균 9200만원으로 10만원 줄었다. 60대 이상도 7706만원으로 같은 기간 47만원 감소했다. 시장에선 젊은 수요층을 중심으로 최대한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는 ‘영끌’이 가계 빚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1인당 평균 비은행 대출의 경우 30대 이하는 3969만원에 달했다.

2030의 영끌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17년부터 꾸준하게 늘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다시 하락하면서 과도한 대출을 받았던 2030 집주인 사이에선 대출금을 갚지 못해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대출을 받은 잘못이 있는 ‘영끌러’에게 채무조정까지 해주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최근엔 채무조정 문턱마저 높아졌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위원회에 투자 실패를 이유로 한 채무조정 신청 건수는 지난 2023년 6369건에서 지난해 2324건으로 63.5%나 감소했다. 특히 2030만을 대상으로 집계했을 땐 같은 기간 3251건에서 1097건으로 66.2% 감소했다. 투자 실패에 따른 책임을 채무조정 방식으로 완화받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에 금융권이 채무조정 기준을 상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부에선 채무조정을 거부당한 2030이 저신용자나 신용불량자로 추락해 경제에 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2030 ‘영끌’ 계속하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때마다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는 등 젊은 층의 ‘영끌’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영끌’이 부동산 정책과 상관없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수록 젊은 층의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발표한 ‘인플레이션 경험이 주택 수요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근원 물가 상승을 경험하면 주택 소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원 물가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이나 에너지 등을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를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줄어들면 젊은 층이 주택과 같은 실물자산에 몰린다는 것이다.

특히 30대 이하에서 주관적으로 체감하는 근원 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를 때 자가 주택 소유 확률이 7.4%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물가 상승 폭이 커지면 커질수록 젊은 층의 주택 수요도 커진다는 것이다.

시장의 반응도 비슷하다. 대출 규제 등 부동산 정책에도 젊은 층의 영끌 기조는 부침이 큰 한국 주택 시장에서 막기 힘들 것이란 주장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과거 부동산 급등기와 하락기를 모두 겪은 젊은 수요층의 경우엔 ‘어차피 부동산은 다시 오른다’란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라며 “영끌로 인한 피해를 목격했음에도 지금이 부동산 하락기라 생각해 대출받고 향후 상승기를 기다리는 젊은 집주인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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