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이 산다고 하면 말릴 거에요"…공인중개사도 '절레절레'

1 day ago 5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로 통하는 서울 강동구의 준신축 아파트에서 보류지 매물이 나왔다. 2022년 불발된 후 3년 만에 재매각이다. 다만 이번에도 가격을 고려하면 유찰 가능성이 크다. "저층 매물임을 고려하면 주변 시세가 오히려 싸다"는 평가가 많아서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고덕주공7단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오는 23일까지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2019년 입주) 보류지 3가구에 대한 입찰을 받고 있다.

이번에 나온 보류지는 전용면적별로 △59㎡ 2가구(706동 203호, 706동 205호) △122㎡ 1가구(715동 201호)다. 가격은 전용 59㎡의 경우 12억6000만원, 전용 122㎡는 20억5000만원이다. 2017년 분양에 나설 때 전용 59㎡의 경우 6억2200만원, 전용 122㎡는 10억200만원이었는데 8년 만에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이 단지 보류지 매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7차례나 유찰됐다. 2021년 12월 전용 59㎡ 최저 입찰가를 13억에서 12억6000만원으로, 전용 122㎡는 21억에서 20억5000만원으로 낮췄지만 팔리지 않았고, 이듬해인 2022년 1월 7차 매각에 나섰지만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다.

"내 가족이 산다고 하면 말릴 거에요"…공인중개사도 '절레절레'

이번에도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아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59㎡는 13억원까지 거래됐다. 이후 같은 달 15일엔 12억6000만원에 팔렸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면 매력적인 가격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평가다.

이 단지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지금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봤을 때 보류지 가격은 매력적이지 않다"며 "일단 2가구 모두 저층인데도 불구하고 12억6000만원에 책정된 것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층 매물도 12억8000만원에 나온 것이 있다"며 "심지어 해당 매물은 집주인과 가격 협상 기회도 열려 있기 때문에 굳이 저층 매물을 12억6000만원이나 주고 살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통상 보류지 물건은 낙찰과 동시에 낙찰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야하고, 중도금과 잔금 일정도 촉박하다는 점, 세입자가 살고 있다는 점도 매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상일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보류지는 잔금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부담이 더 크다"며 "보류지로 나온 3가구 모두 세입자가 있어 입주하려면 세입자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입주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 가족이 해당 보류지 물건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면 사지 말라고 말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업계에서도 입찰 가능성을 낮게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상황이라 실수요자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며 "보류지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시세에 비해 확실히 낮은 가격이어야만 순탄하게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의 경우 매각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한편 보류지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전체 가구의 1% 이내에서 보류지를 정한다. 한때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어 '숨은 로또'로 불리기도 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있는 약 40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들 지역에선 보류지 매물에 대한 인기가 높다.

현재 매각 입찰이 진행 중인 서초구 '메이플자이' 보류지 29가구 모두 실거래가보다 높게 최저 입찰가가 정해졌다. 전용 59㎡의 최저입찰가는 35억원으로 시세(32억원)보다 높다. 전용 84㎡ 1가구의 최저 입찰가는 45억원에 달한다. 인근의 청담르엘(28가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6가구) 또한 보류지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