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이 입주 감소와 ‘전세의 월세화 현상’ 등이 겹쳐 줄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전셋값 신고가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단기간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전세 시장에 머물려는 실수요자가 증가한 것도 전세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세 만료를 앞둔 수요자는 계약갱신권을 사용하거나 기존 생활권에서 10년 내 아파트와 오피스텔 물량을 살펴볼 것을 제안했다.
◇전세 물량 17% 감소
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5886여 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3만1466건)보다 17.8% 감소했다. 2년5개월 전인 2023년 1월(5만5536건)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강동구가 작년 말(3834건)보다 76.4% 줄어든 907건으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강동구는 총 1만2032가구에 이르는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장이 마무리되면서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 같은 기간 강북구(-46.4%) 광진구(-40.1%) 송파구(-39.8%) 동대문구(-37.5%) 등도 전세 물량이 30%가량 감소했다.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총 3069가구)는 입주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작년 말 910건이던 전세 물량이 최근 40건으로 쪼그라들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39.5로 전월(136.4)보다 상승했다.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전세가격전망지수도 전월(107.4)보다 소폭 오른 109.8을 기록해 전세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세 품귀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전세난을 해소할 입주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만7681가구지만 내년 9640가구, 2027년 9573가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의 아파트 공급량이 부족하다. 수도권 아파트 공급 물량은 올해 14만897가구로, 지난해(17만1809가구)보다 약 18% 감소할 전망이다.
◇신축 단지서 최고가 속출
서울에선 신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이 잇따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 전세는 지난 4월 24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격(23억원)보다 1억원이나 높은 가격이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는 4월 역대 최고가인 보증금 12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마포구 용강동 ‘마포대림1차’ 전용 130㎡짜리 전세는 최근 최고가인 12억8000만원에 신규 계약을 맺었다. 기존 최고가(12억5000만원)보다 3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달 첫째 주(2일 기준)에 전주보다 0.06%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2월 첫째 주(0.01%)에 상승 전환한 후 17주 연속 오름세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보증금을 높여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1~3월) 전국 전세 갱신 계약 6만8932건 중 69%(4만7852건)가 증액 갱신 계약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41%, 전년 동기에 비해선 73% 늘었다.
전세금을 올리더라도 갱신 계약을 택하는 세입자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집토스 관계자는 “최근 전세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갱신 계약 때 세입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아파트 시장의 증액 갱신 비율이 매우 높아 이사 대신 기존 주택에 머무르며 보증금을 올려주는 선택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서울 아파트 신규 공급 물량이 적은 데다 임대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도 계속될 전망이다. 신혼부부는 역세권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기존 생활권의 10년가량 된 단지 전세 물량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입주 물량 자체가 적어 공급 부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계약을 갱신하거나 동네 기존 아파트, 오피스텔 전세를 찾는 등 발품을 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