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면역세포 특징, 유럽인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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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유전체 연구소, 아시아인의 면역세포 분석 결과 공개
아시아인의 면역 특성 연구로 정밀의학 발전 기대

24일 삼성서울병원 유전체 연구소는 아시아인의 면역 다양성을 밝힌 논문이 아시아 5개국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고 밝혔다.

인간 면역세포는 질병의 진단, 위험도 평가, 생물학적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개인의 면역 특성은 질병의 발생과 경과, 예후를 결정한다. 예컨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반응이 개인마다 차이를 보인 것도 면역세포 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면역세포는 감염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혈액암 진단에도 활용된다. 싱글셀 유전체 분석(single-cell genomics) 기술이 발전하면서 하나의 세포를 개별적으로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싱글셀 유전체 분석은 다양한 연구에서 활용된다. 최근에는 인체 내 암 조직에서 유전체를 분석하는 공간 오믹스 기술을 이용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공간 오믹스 기술은 싱글셀 유전체 분석에 세포의 위치 정보가 포함돼 세포 간 상호작용이나 신호전달을 분석할 수 있다. 암세포가 면역세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신약 개발에도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환자의 면역 특성을 알기 위해 공간 오믹스 기술로 암 조직을 분석한다. 면역항암 치료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환자의 면역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수도 있다.

개인의 면역세포 분석 기술은 새로운 진단법이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활용된다. 하지만 특정한 인종을 대상으로 개발된 치료법이 다른 인구집단에서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면역세포의 특징은 나이와 성별, 유전적 배경, 지리적 환경, 생활 습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면역세포 연구는 유럽 인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다른 지역 인구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하나의 세포(single cell) 단위로 관찰된 면역세포 지표는 암 면역치료 반응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동안 아시아인에 관한 연구는 없었다. 싱글셀의 유전체 분석이 정밀 의료 신약 개발을 가속할 수 있다. 이에 싱가포르, 한국, 일본, 태국, 인도 연구진은 2019년 ‘아시아 면역 다양성 아틀라스(AIDA, Asian Immune Diversity Atla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AIDA는 세계 최초 싱글 셀 고해상도 면역세포 분석 프로젝트다. 프리실라 챈과 마크 저커버그가 설립한 자선 단체인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 DAF와 싱가포르 과학기술 연구청,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 태국 마히돌대학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삼성서울병원 유전체 연구소 소장이자 신약 개발 설루션 기업 지니너스 대표 박웅양 박사가 이번 연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 박사는 “아시아 인종의 면역 다양성을 밝힌 연구로 향후 한국인에 맞춘 진단법이나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삼성서울병원 유전체 연구소 소장이자 신약 개발 설루션 기업 지니너스 대표 박웅양 박사가 이번 연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 박사는 “아시아 인종의 면역 다양성을 밝힌 연구로 향후 한국인에 맞춘 진단법이나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삼성서울병원 유전체 연구소 소장이자 신약 개발 설루션 기업 지니너스 대표인 박웅양 박사와 싱가포르 유전체연구소 부소장 샤얌 프라바카르(Shyam Prabhakar) 박사가 공동 연구책임자로 AIDA 컨소시엄을 이끌며 아시아인의 건강한 면역세포를 조사했다.

싱글셀 유전체 분석기법을 활용해 한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인도 5개국에서 모집한 625명의 세포 126만5624개의 세포를 5년간 분석했다. 연구진은 면역세포 기준을 정하고 아시아인의 서로 다른 국가, 인종, 나이, 성별이 면역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했다.

그 결과, 한국인 165명에 대한 분석에서 면역 T세포 비율이 다른 아시아 인종에 비해 낮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인에서 발병하는 특정 질병과 관련될 수 있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서 루푸스나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발생 부위와 중증도는 유럽인과 다르다. 베체트병은 발생빈도가 높다.

연구는 아시아인 고유의 분자적 작동 기전을 밝혀내 질병 관련 유전자 변이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인구집단 간 질병 위험도 차이를 설명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AIDA 컨소시엄과 연구자들은 AIDA 연구 결과를 활용해 아시아 환자의 진단과 치료 전략을 더욱 효과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박웅양 박사는 “그동안은 유럽인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대부분이어서 상대적으로 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성은 덜 알려져 있었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로 한국인에서 자가면역질환 연구나 면역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얌 프라바카르 박사는 “다음 연구 단계는 더 많은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싱글셀 유전체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아시아 전역, 나아가 세계적으로 정밀의학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논문은 19일 국제 과학 학술지인 Cell에 ‘아시아 인종의 면역 다양성(Asian diversity in human immune cells)’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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