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는 빈도에 대해선 미생물의 보호 효과를 위해 피지 층이 남아있도록 이틀에 한 번 닦으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매일 씻어야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한다.
발은 땀샘 공장
발에는 땀샘이 수두룩하다. 발바닥 피부 1제곱센티미터(㎠)당 약 600개의 땀샘이 존재한다.발을 씻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냄새 때문이다.
땀에 포함된 소금, 포도당, 비타민, 아미노산과 같은 ‘영양가 있는 국물’은 박테리아의 훌륭한 먹이가 된다. 특히 발가락 사이는 매우 축축하고 따뜻하다. 미생물이 번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양말과 신발이 발가락 사이 습기를 가두기 때문에서 미생물 번식을 가속화 할 수 있다.
BBC에 따르면 인간 피부에는 1㎠당 1만~100만 마리의 박테리아가 서식한다. 그중 곰팡이 종의 다양성이 가장 높은 신체부위가 발이다. 발, 이틀에 한 번 씻으면 세균 114배 증가한 연구에서 40명의 실험 대상자의 발바닥을 면봉으로 닦아 박테리아 수를 측정했다. 하루에 두 번 발을 씻는 사람은 피부 1㎠당 8800마리의 박테리아가 서식했다. 이틀에 한 번 발을 씻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같은 면적당 100만 마리가 넘는 박테리아가 살고 있었다. 약 114배의 차이를 보인 것.
이는 매일 발을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황색포도상구균은 발 냄새를 담당하는 다양한 휘발성 지방산(VFA)을 생성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발 피부 표면의 땀샘은 전해질, 아미노산, 요소, 젖산 등의 혼합물을 분비한다. 이는 황색포도상구균의 먹이가 된다. 이 과정에서 아미노산이 VFA로 전환된다. 주요 화학 물질은 이소발레르산이다. 불쾌한 발 냄새의 주범이다. 산성이며 치즈 냄새가 난다.
발바닥 박테리아의 98%, 황색포도상구균
2014년 한 연구에 따르면 피 실험자 16명의 발을 면봉으로 닦아 분석한 결과 발바닥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98.6%가 황색포도상구균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VFA 수치는 발등보다 발바닥이 훨씬 높았다. 이는 발바닥을 비누로 씻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항색포도상구균은 농양 등 다양한 표피 감염, 식중독, 폐렴, 수막염, 패혈증 등을 유발하는 원인균이다.무좀 예방하려면 구석구석 꼼꼼히
비누로 발을 꼼꼼히 씻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는 날이 덥고 습하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무좀 예방을 위해서다.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 피부과 의사인 조슈아 자이크너는 “발가락 사이의 공간이 좁기 때문에 이 부위는 미생물 감염 위험이 특히 높다”며 “이로 인해 가려움증, 부기, 악취가 발생할 수 있다. 피부 장벽이 손상되면 미생물이 피막을 침범하여 셀룰라이트라고 알려진 더 심각한 연조직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BBC에 설명했다.
무좀은 곰팡이 균에 의한 피부 감염이다. 무좀을 일으키는 곰팡이 균은 따뜻하고 어둡고 습한 환경에서 번성한다. 발가락 사이가 무좀에 가장 취약한 이유다. 이 부위를 깨끗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면 곰팡이는 가장 이상적인 서식지를 잃게 된다.
무좀은 가려움증, 발진, 피부 벗겨짐,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 갈라짐 등의 증상을 보인다.
발을 청결하게 유지하면 황색포도상구균이나 녹농균으로 인한 피부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피부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이런 균들이 상처를 통해 피부막 안쪽으로 침투해 혈류로 유입되면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가벼운 황색포도상구균 감염조차도 모낭이나 피지선 주위의 피부 아래 형성되는 고름 덩어리인 종기를 유발할 수 있다.
평소 발의 위생관리가 잘 되어 있으면 서식하는 박테리아 수가 적어 발에 상처가 생기더라도 혈류로 유입될 미생물 수가 줄어든다.
당뇨병 환자, 매일 세심하게 살피며 씻어야
당뇨병 환자는 특히 발에 신경 써야 한다. 당뇨병은 그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무섭다. 발 관련 대표 합병증은 당뇨족, 당뇨성창상,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당뇨 발’이다. 최악의 경우 절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발의 위생과 보호에 각별히 신경 쓰며 매일 발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당뇨병은 피부 감염과 궤양에 취약하다.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발에는 병원성 박테리아의 비율이 일반인 보다 더 높다. 당뇨병이 있다면 발을 자주 씻어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발을 닦으면서 발에 상처가 생겼는지,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 등을 살필 수 있는 기회도 된다.
발은 건강을 위해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당연히 매일 씻는 게 이점이 많아 보인다.
발, 매일 씻어야 하는 이유
소셜 미디어 활동으로도 유명한 미국의 내과 의사이자 장수 전문가인 푸남 데사이 박사는 “제대로 씻지 않으면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발가락 사이와 발뒤꿈치를 물과 비누로 매일 꼼꼼하게 씻어야 한다”고 인스타그램 동영상에서 말했다.
데사이 박사는 발을 정기적으로 공들여 씻지 않으면 악취, 박테리아와 곰팡이 번성, 물집, 굳은살, 건조하고 갈라진 발꿈치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땀 많이 흘리는 운동 않는다면 이틀에 한 번이 더 이득?
피부과 전문의 자이크너 교수는 당뇨병이 없는 대부분의 일반인은 발을 매일 씻는 것이 건강상 큰 이점이 없으며 오히려 피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비누의 화학성분과 함께 발을 문질러 씻는 행위는 피부에 유익한 미생물까지 제거할 수 있으며, 특히 뜨거운 물을 사용할 때 더욱 그렇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피부가 건조해지고 자극을 받거나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갈라진 피부는 박테리아가 통과할 수 있는 틈을 제공하여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발의 피부를 지나치게 문지르거나 각질을 제거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굳은살은 일상적인 마찰로 인해 생기며, 실제로 환경으로부터 발을 보호한다. 굳은살을 제거하면 이러한 보호막이 사라질 수 있다”라고 자이크너 교수는 말했다.
항균 비누 사용도 권하지 않는다.
항균 비누가 피부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섬세한 균형을 깨뜨려 유익한 종을 죽이고,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병원성 균주 출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자이크너 교수는 짚었다.
우리 몸 자체적으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약간의 병원균을 남겨 그에 대항하는 힘을 키우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데, 너무 자주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발을 얼마나 자주 씻어야 하는 걸까?
영국 헐 대학교 의과대학의 상처치유 전문 홀리 윌킨슨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발을 매일 씻는 것이 100% 권장된다. 하지만 특별한 기저 질환이 없다면, 피부과 전문의들은 자연적인 피지를 과도하게 제거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위생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틀에 한 번 정도가 충분하다고 조언한다”라고 BBC에 말했다.
다만 달리기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면 덜 활동적인 사람보다 더 자주 씻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각자 상황에 맞게 씻는 빈도를 찾으란 얘기다.
단순히 씻는 빈도뿐만 아니라, 발을 씻고 건조시키는 방법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윌킨슨 교수는 “반드시 비눗물로 직접 발을 문질러 씻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완벽한 마무리는 잘 말리기
잘 씻었으면 잘 말리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
브리스톨 대학교의 신경과 생리학 강사이자 일반의인 댄 바움가르트는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발을 제대로 말리라는 것이라며 “발가락 사이에 습기가 남은 채 따뜻한 환경에 그대로 방치하면 무좀과 같은 곰팡이 감염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BBC에 말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